◎이민자 한계 딛고 실리콘밸리 정상에/28세때 인텔사 한국지사장… 매출액 20배 상승 기록도미국 실리콘 밸리의 대기업에 한인 1세가 사장 자리에 올라 미국 사회에 잔잔한 충격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컴퓨터 제작회사인 퀀텀(Quantum)사 사장에 오른 손영권씨(40). 캘리포니아 샌호제이에서 발간되는 일간 「샌호제이 머큐리」지는 최근 『백인 일색인 실리콘 밸리 대기업의 정상에 오른 몇 안되는 이민자중 한사람』이라며 그를 2개면에 걸쳐 소개했다.
손씨는 하이테크 업체의 정상에 오른 비결에 대해 「집념과 폭넓은 시야」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대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기회를 잡으면 결코 놓치지 않는 저돌성에다 책임감이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실리콘 밸리는 경쟁과 협조가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또한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되지요.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다른 업체에 비해 먼저 물건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프로들이 뛰는 곳이 바로 실리콘 밸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프로이기 때문에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손사장은 『프로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퀀텀사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하드드라이브를 생산하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포천지나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의 이종문 회장 등 10여명의 한인들이 하이테크 업체를 창업, 운영하고 있지만 남의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로 승진한 경우는 손씨를 비롯,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16세에 미국에 이민온 그는 펜실베이니아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후 전공을 바꾸어 MIT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경영학으로 진로를 바꾸려 할 때 어머니가 『미국회사 고위 경영관리직에 한국인 출신이 있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 도대체 왜 경영학을 전공하려 하느냐』고 만류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졸업후 미국 굴지의 컴퓨터 칩 제조회사인 인텔사 마케팅부서에 입사,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8세 되던 해 그는 인텔사 한국지사장 발령을 받아 한국에서 5년여 근무하면서 한국지부의 매출액을 무려 20배 가량 올려 놓았다.
한국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손씨에게 퀀텀사가 동남아 지역본부장 자리를 제시했다. 한직장에서 오래 근무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그는 퀀텀사의 제의를 받아들여 93년부터 싱가포르에 근무하면서 퀀텀사의 동남아지역 매출을 획기적으로 올려 놓았다. 이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월 마침내 퀀텀사의 사장에 올랐다. 주위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손사장은 『실리콘 밸리에서는 누가 먼저 뛰어난 상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젊은 경영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면서 『고위직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스펀지와 같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사장은 대학시절 펜싱선수로 활약하면서 동료 펜싱선수였던 마리시 손씨(37)와 결혼, 3남을 두고 있다.<샌호제이 지국="홍민기" 기자>샌호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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