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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기의 시작” 사회전반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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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기의 시작” 사회전반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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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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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번지는 「2000년 신드롬」/지식인 사회 저서·토론에 「종말」 논쟁 유행/예술엔 신재즈 조류 「문화 르네상스」 기대/신년행사 어떻게 치를까도 뜨거운 이슈「때는 서기 2000년. 미국 서부에 대지진이 발생, 로스앤젤레스가 본토에서 떨어져 나가 섬이 되고 수도가 워싱턴에서 버지니아의 린치버그로 옮겨진다. 미국정부는 국민들에게 욕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법으로 금하고 육류도 먹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어긴 비도덕적인 시민들을 로스앤젤레스 섬에 격리시킨다. 그런데 이 섬에 테러리스트들이 출현, 미국의 모든 동력을 차단할 블랙박스를 훔치려 들면서 문제가 생긴다」 존 카펜터 감독이 최근 제작한 「LA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가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전제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산업사회가 일으킨 미국의 문명과 청교도적 도덕주의가 2000년에 위기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00년이라는 시기이다.

미국인들은 2000년을 100년 단위의 세기(century)의 시작보다는 천년기(millennium)의 출발이라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기 2000년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후 1,000년 단위의 세월이 세번째를 맞는 시작인 동시에 두번째 1,000년기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는 종말론이 나타나고 이를 반영해서 미국 지식인 사이에 「종말(the end)」이라는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89년 빌 매키븐이 「자연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냈고 92년엔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후쿠야마는 인류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종말을 고하는 대홍수가 발생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93년에 열린 한 세계건축가모임에서는 「건축의 종말」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고 물리학자 데이비드 린들리는 「물리학의 종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정치학계에서는 구소련 붕괴후 「이데올로기의 종말」, 「주의(ism)의 종말」이라는 단어가 성행하고 있다.

「국가의 종말」, 「경제학의 죽음」, 「풍요의 종말」, 「인종주의의 종말」, 「평등의 종말」, 「긍정적 행동의 종말」, 「결혼의 종말」 등…. 작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 세기와 천년기를 끝내면서 무언가 끝을 보아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하고 동시에 새로운 비전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음악·문학·미술 등 문화 분야에서는 산업사회와 물질만능주의에 저항하는 신재즈 조류가 나타나고 있다. 1920년대의 재즈 시대가 도덕주의와 청교도주의에 대한 반항에서 출발했다면 2000년대를 앞둔 신재즈 시대는 물질을 신으로 여기는 풍요를 거부하고 지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데서 차이가 있다.

최근 몇년동안 물질만능사회의 병폐를 반영하는 시끄러운 로큰롤보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잔잔한 재즈 음반의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도 현 상황과 유관하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연극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올봄에 30% 가량 증가했다. 베스트셀러가 쏟아지면서 서적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다. 뉴욕주의 트렌드 연구회는 『신재즈시대가 X세대로부터 베이비부머(35∼50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에 걸쳐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에 문화적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2000년을 기점으로 과학과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의 종말」이라는 책을 지은 과학자 존 호건 박사는 『과학이 인류를 무한히 발전시켜 줄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은 기계화사회 초기의 사고』라면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시대는 갔다』고 밝히고 있다. 사학자 에드워드 터너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던 기술은 이제 인간에게 보복을 하고 있다』면서 21세기의 기술발전의 한계를 주장하고 있다.

컴퓨터 부문에서는 두자리 숫자로 표현되고 있는 연식기호가 2000년에는 「00」으로 되는데 이를 그대로 쓰면 컴퓨터에 큰 혼란이 발생한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기관·항공사·전화회사 등 컴퓨터를 많이 쓰는 회사들은 앞으로 2∼3년 내에 연식기호에 대한 처방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IBS 2000에 따르면 미국 정보시스템의 20%가 97년까지, 50%가 99년말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잡고 있다.

1999년 12월31일을 보내고 2000년 첫날을 맞는 행사를 어떻게 치르는가 하는 문제도 벌써부터 뜨거운 이슈다. 뉴욕시는 세계 중심도시인 만큼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 대규모 송년 및 신년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올들어 관광업체를 대상으로 몇차례 회의를 열었다. 워싱턴 DC의 밀레니엄 소사이어티는 이집트 피라미드 등에서 대형 콘서트를 개최할 것을 구상하고 있고 시카고의 밀레니엄이라는 단체는 새로운 천년기를 맞는 세계인의 표정을 인공위성으로 생중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19세기를 보내고 20세기를 맞는 세기말 병리현상이 유럽에서 일어났다면, 제2의 천년기를 보내고 새로운 천년기를 맞는 소란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엄」이란/“예수 재림 1,000년간 통치” 성경서 유래/서기 2000년 이후의 새로운 1,000년 의미

밀레니엄(Millennium·천년기)은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이 지구상에 임해 1,000년동안 통치하면서 살아 생전 다 못한 일을 완성한다는 성경 말씀에서 비롯된 용어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예수 재림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극단론자들 사이에는 2000년이 오기전에 대재앙이 나타나 종말이 온다는 믿음이 팽배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천년왕국에 대한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에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기다리는 전통에서 시작됐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침례교단에서 예수재림을 믿는 신앙이 확산됐으며 18세기 영국의 독립교회파와 독일 루터교회의 일파인 경건파에서도 천년왕국 신앙이 이어졌다.

기독교적 믿음에서 나온 좁은 의미의 이 단어는 그러나 이제는 정치·경제·사회·과학·기술·문화 등 다방면에서 2000년 이후의 새로운 1,000년을 의미하는 용어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학자 존 네이스비트는 20세기말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2000년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세계경제 호황 ▲예술활동의 부흥 ▲지구촌 생활경제권 형성 ▲환태평양권 부상 ▲여성 지위 향상 ▲종교의 부흥 ▲개인주의 확대 등의 현상이 2000년대에도 확대,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뷰/밀레니엄 소사이어티 와이어트 회장/79년 설립 「2000년맞이」 비영리 단체/“이집트 피라미드서 대규모 쇼 계획”

워싱턴 DC의 밀레니엄 소사이어티는 이미 79년 설립돼 2000년 맞이 경축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는 한 세기와 천년기를 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는 의미를 새기기 위해 인류문명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가자 피라미드에서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밀레니엄 소사이어티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캐스린 와이어트씨가 새로운 시대의 의미와 행사계획을 서면으로 답해왔다.

『2000년은 한 나라나 한 지역에서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생일입니다. 천년에 한번 있는 의미있는 해입니다. 어두운 시대의 마지막날,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인류문명의 르네상스와 우주발견의 새로운 순간을 맞이할 기회를 함께 나누자는 것입니다. 마치 1969년 6월29일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것처럼 말이지요』

그는 밀레니엄 소사이어티가 이 역사적 행사를 위해 가장 먼저 설립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천년기동안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축복하고 아울러 새로운 천년기에 보다 큰 업적을 만들 것을 경축할 계획입니다. 세계 각지의 행사단체를 지원하고 특히 인류문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에서 대규모 쇼를 계획하고 있어요』

와이어트씨는 『비정부단체로서 전세계인과 함께 이 행사를 개최, 각국의 국민들이 동시에 우정을 나눌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영국의 왕실 결혼이나 미국독립 200주년 행사가 전세계에 방영돼 감동을 주었듯이 자유의 여신상이나 에펠탑에서 벌어지는 2000년 맞이 불꽃놀이도 볼만한 구경거리가 될 겁니다』

와이어트회장은 이날 행사를 치르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학술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금은 전세계의 젊은 학자들을 위해 쓰여질 것입니다. 노벨상이 각부문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우리 기금은 미래의 유망주를 기대하고 약속하는 것입니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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