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위한 제7차협상이 오늘부터 열린다. 지난 3월 6차회담을 마감한 후 6개월만이다. 우리측은 지난번 협상에서 최종안을 전달해 놓은 상태이므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적극적인 개정의지 뿐인 셈이다.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번 협상에서도 시원한 결말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측 대표는 다른 행사가 있어 어차피 한국에 오기로 돼 있던 사람들이다. 이 기회에 협상에 응했다는 명분이나 축적해 두자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일지 모른다. 이제까지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 피일 미뤄 오다가 한국여론이 악화하자 마지못해 협상테이블로 나온 것이 저간의 경위이기 때문이다.
외무부는 『미국이 우리측 개정안의 골격을 인정하지 않는 한 추가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단언할 만큼 이번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자못 비장하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미군피의자 신병인도 시기와 수사과정에서의 증거효력문제, 검찰의 상소권 제한 등 크게 세가지다. 우리측 최종안은 미일협정의 예에 따라 일반범죄는 기소와 동시, 살인 강간 성범죄와 마약사범은 기소전에 신병을 인도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피의자 신병인도시기를 양보하는 대신 피의자 진술의 증거효력을 미 정부대표가 입회한 경우에 한하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을 때 검찰의 항소권을 포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신병인도문제도 우리 수감시설이나 수사관행을 트집잡아 갖가지 전제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협정의 성격이 주고받는 형태가 아닌, 미국측의 「일방적 양보」가 없으면 안되는 협상상의 구조 때문이다. 이번 SOFA개정 논의의 계기 자체도 그렇다.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의 미군 성희롱사건이 그 시발이었다. 「사실의 전달」에는 여러 이견이 있긴 했으나 그 사건후 국내 여론은 비등했고 이같은 분위기는 SOFA 개정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맞으면서 잦아들었었다. 93년의 미독, 95년의 미일 주둔군지위협정 역시 국제환경과 민족의식 변화에 의해 미국이 개정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성사가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계기야 어떻든, 우리 국민이 제나라 땅에서 외국군인에게 살인 등 피해를 당했는데도 우리 당국이 피의자 신문도 원하는대로 할 수 없다면 제아무리 경제가 발전한들 대통령이 밖에 나가 대한민국이 주권 있는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측의 최종안은 이미 미국측에 전달돼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한미간 SOFA를 미일간 수준으로 개정해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간의 진정한 협력은 신뢰에서 비롯되며 신뢰는 상대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데서 우러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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