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171편 “은막 대축제”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극장과 중구 남포동의 5개 극장(7개 상영관)등 모두 8개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영화인 「비밀과 거짓말」(영국) 등 각국의 화제작과 최신작 171편이 선보인다. 7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의 부문별 특징과 화제작을 소개한다.<편집자 주>편집자>
◎아시아 영화의 창(A Window On Asian Cinema)/중·인·이란·일 작품 선봬
이 영화제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문.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아시아 감독의 신작 및 화제작 18편이 소개된다. 첸카이거, 장유안등 중국의 중견과 신예, 인도 리얼리즘의 대가 아두르 고팔라크리시난, 최근 국내에 활발하게 소개되는 이란의 알리레자 라이시안감독 등을 주목할 만하다. 오구리 고헤이, 이즈미 세이지 등 일본 중견감독의 작품도 접할 수 있다.
첸카이거의 「풍월」은 세계적인 배우 궁리가 주연을 맡았다. 1910년대 중국의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악에 물드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국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장유안 감독의 「동궁서궁」은 동성애를 소재로 현대사를 조망하는 작품.
아두르 고팔라크리시난 감독은 이념의 갈등에 몸부림치는 젊은이의 모습을 담은 「남자 이야기」를, 알리레자 라이시안감독은 이란·이라크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신비한 여행을 경험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을 소개한다. 오구리 고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은 한국배우 안성기가 주연했다.
◎월드 시네마(World Cinema)/구미서 16편 초청 소개
일반관객의 관심을 많이 끌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 구미의 최신작과 화제작 16편이 초청됐다. 벨기에 출신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제8요일」,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미국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감독의 「크래시」등이 관객경쟁을 벌일 것 같다.
올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대니얼 오테이유가 주연한 「제8요일」은 정상인과 다운증후군환자의 만남, 우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만남 자체를 질서와 혼돈, 이성과 광기라는 두 세계의 충돌로 해석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덴마크와 프랑스의 합작품. 1970년대 초 영국 스코틀랜드 해안 지역을 배경으로 지순한 여인의 사랑을 그렸다.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역시 같은 영화제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받은 미국영화 「크래시」는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남녀의 일탈적 사랑 이야기다. 섹스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방법을 찾는 내용.
◎새로운 물결(New Currents)/신인감독 13명 경연장
아시아 신인감독들의 경연장.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이지만 참가의욕을 고취하고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물결」과 「와이드 앵글」부문에는 시상제도를 도입했다.
김응수 등 세 명의 한국감독을 비롯해 13명의 아시아 신인감독이 참가한다. 대만감독 창초치의 「아청」, 싱가포르 에릭 쿠 감독의 「면로」, 김응수 감독의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청」은 산업화 과정에 대만의 도덕성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 술꾼 아버지와 지진아인 동생, 이복누나 등과 대북(타이베이) 근교에 사는 아청의 고생스런 삶을 그리고 있다.
「면로」는 싱가포르의 악명 높은 밤거리에서 어묵을 파는 노점상 면로의 사랑과 모험을 통해 현대의 폭력성을 묘사한다.
「시간은…」은 새해를 이틀 앞두고 모스크바 근교의 한 별장에 모인 한국사람들의 이야기이다. 80년대 운동권 문화의 자취를 담고 있다.
◎와이드 앵글(Wide Angle)/다큐·애니메이션 모음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78편이 출품되는 「와이드 앵글」부문에서는 단편영화 중에서만 「코리아 앵글상」과 「월드 앵글상」을 선정한다.
다큐멘터리 부문에 수작들이 많다. 다큐멘터리의 기록성과 예술성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곤충의 하루를 추적해서 경이로운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올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차지한 프랑스의 자연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코스모스」,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 일제의 만행과 일본의 무책임을 고발하는 한국 변영주 감독의 16㎜ 작품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영화분석을 통해 할리우드가 어떻게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미국 로브 엡스타인 감독의 「셀룰로이드 클로지트」 등이 볼 만한 작품으로 꼽힌다.
◎한국영화 파노라마 등 기타/각국 수작·흥행작 코너
최근 개봉됐거나 곧 개봉할 한국영화 15편을 모은 「한국영화 파노라마」, 국제영화제에 참가했거나 높은 작품성을 평가받았던 한국영화 17편을 소개하는 「한국영화 회고전」, 각국의 흥행작 혹은 흥행 예상작을 맛보는 「스페셜 프로그램」 등도 마련됐다.
「…파노라마」부문에는 추석 개봉예정작인 「귀천도」(감독 이경영)와 「은행나무 침대」(강제규), 「학생부군신위」(박철수) 등이 출품된다. 「…회고전」에서는 「바보선언」(이장호), 「서편제」(임권택),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박종원) 등을 볼 수 있다.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스페셜…」 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할리우드 갱영화 「라스트 맨 스탠딩」, 김태균 감독의 「박봉곤 가출사건」, 한국배우 정우성이 출연한 홍콩 액션물 「상해탄」(서극)등이 눈길을 끌 듯하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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