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석달간 진행될 정기국회는 지난 10여년간의 어느 정기국회때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되는 뜨거운 쟁점들이 산적하여 철저한 「대결의 국회」가 될 공산이 크다. 정기국회는 여야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 핵심쟁점들을 싸고 치열한 논란을 벌여, 자칫 파행국회로 치달을 여지마저 있는 것이다.부상될 쟁점들도 올해보다 14% 증액된 72조원의 새해예산안, 수지악화·물가앙등·수출저조 등의 경기회복과 중소기업대책, 정치 및 사법제도개선, 안기부법과 지방자치법 개정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새해예산의 경우 여당은 72조원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환경·복지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는 반면 야당은 대선을 위한 선심성 팽창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고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경제정책의 실패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야당은 검찰·경찰의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이 보장 안될 경우 내년 대선은 하나마나라며 관계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강삼재 사무총장의 「20억+α설」에 대한 무혐의 조치와 관변단체에 대한 재정지원도 짚고 넘어가려는 자세다. 반면 여당은 한총련 사태 등을 들어 안기부의 수사권 부활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당공천배제 등을 관철시킬 태세여서 대립과 격론은 불가피할 게 틀림없다.
이처럼 벌써부터 복잡하게 얽히고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한 정기국회와 관련, 여야에 대해 우려속에 몇가지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국회가 대선을 위한 당리당략의 대결장이자 선전장 수준이 되어서는 안되며 다음 이런 경우에도 예산안을 다른 쟁점과 연계하는 예산인질작전은 결코 없어야 한다. 구태대로 예산을 볼모로 정치안건과 흥정하고 다시 처리시한을 넘기거나 극력저지와 날치기통과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끝으로 21세기를 준비하는 국회답게, 「새정치」에 대한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은 국회답게 국정감사때도 과거와 같은 폭로와 한건주의 등을 지양하고 국민의 편에서 국정을 정밀심사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의정운영원칙은 충분한 토론과 협의후 당당하게 표결하는 것이다.
격돌우려속에 그나마 국민들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전체 의원의 46%나 되는 초선의원들중 상당수가 여름휴가동안 국내외의 현장을 다니며 각종 자료수집을 하는 열의를 보인 점이다. 대권욕심으로 어수선한 정가에서 이들의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기성정치권과 당지도부가 권위와 대선우선논리를 내세워 의욕을 누를 경우 의정의 발전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여야는 새정치 큰정치 미래정치 등 말뿐인 거창한 표어보다 조그만 민생사안 하나라도 대안을 갖고 정책결정·의정활동을 벌이는 것이 실질정치·내실정치의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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