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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헤겔학회/“절대정신 탐구” 동서철학 융화(인문학시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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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헤겔학회/“절대정신 탐구” 동서철학 융화(인문학시대:4)

입력
1996.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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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실 어느 한쪽 치우치지 않는 변증법 바탕/삶의 본질·21세기 향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 탐색정치, 경제, 사회적인 제 국면에서 근대국가의 체제확립을 이루지 못했던 19세기초 독일의 선진학자와 사상가들은 현실적으로 분출시키거나 승화시킬 수 없었던 애국충정을 철학과 이념의 형태를 빌려 표출했다. 그리하여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사상사적 업적을 이룩하였다. 이 와중에서 시대이념을 선도했던 독일 관념론 내지 이상주의 철학(Deutscher Idealismus)은 헤겔(1770∼1831)이라는 위대한 철학자와 조우하게 됐고 그로부터 서양의 사상사는 새로운 역사적 추진력을 발동시켰다.

헤겔 타계후 100년이 지난 1931년 서울 종로의 수운회관에서 그의 100주기를 추모하는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 최초의 한국적 헤겔 수용단계를 거쳐 해방공간을 넘어 60년대에 들어서 서울대 철학과에 「헤겔 정신현상학 서설」 강의가 개설되는등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헤겔연구의 막이 올랐다. 한국헤겔학회는 78년 12월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젊은 학자들 중심으로 「헤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태동했고 87년 4월25일 창립대회를 통해 정식 학회로 발족됐다.

오늘날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다각적인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 철학계는 크게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양대산맥으로 구성돼 있다. 수 많은 학맥과 학풍이 있지만 이들의 원류는 대부분 두 갈래에서 뻗어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갈래길이 오직 서로의 방향만을 고집하며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편향적 추세를 그대로 방치해야만 하는가. 바로 한국헤겔학회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헤겔학회는 거대한 인간사유의 보고를 이루는 헤겔의 근본정신, 즉 이성과 현실 그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변증법적 종합과 통일의 원리를 바탕으로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21세기 미래세계의 이념적 지표를 설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헤겔에서 완결된 「절대정신」혹은 「절대자」의 개념을 포착하여 그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하는 일이야 말로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이 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과제였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예컨대 노장이나 선진유가에서 신유가 또는 퇴계 율곡에 이르는 이기중심의 사상전개와 불타, 용수를 거쳐 원효, 의상등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주요사조에서 우리는 공통된 하나의 철학적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 「일자」 「Das Eine」라는 절대성의 개념이고, 이것이 다시 기독교에선 「신」으로, 불교에서는 「일심」내지 「공성」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헤겔이 추구한 절대성의 철학은 동양과 구별되는, 이른바 서구적 이성이나 분석적이며 합리적인 인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늘의 한국철학은 동서양정신의 중심을 관통하는 절대성의 공통맥락을 따라서 양자간의 참다운 융합과 조화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84년부터 발행된 학회지 「헤겔연구」와 지식산업사에서 출간중인 「헤겔학 총서」등에는 동서양정신의 융합을 시도하려는 우리 학회의 땀과 노력이 실려 있다.<임석 명지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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