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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금수강산(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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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금수강산(장명수 칼럼)

입력
1996.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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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피서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냉방 잘 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의 피서지요. 사람이 몰리는 곳마다 아수라장인데 왜 그 속에 끼여 생고생을 하겠습니까』

『우리가족은 피서여행 중단한지 오래됐어요. 몇년전 동해안에 갔다가 피서객들의 무질서, 몰염치, 무례함에 얼마나 놀랐던지 온가족이 피서라면 머리를 흔들게 됐어요』

휴가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진저리치고 있다.

『미친듯이 놀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에게 정말 질렸어요. 이웃도 체면도 없고, 내일도 없다는 태도예요. 같은 민족끼리 이렇게 싫은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우리를 싫어 할까요』

『피서지를 뒤덮은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금수강산이 아니라 금수의 강산이라는 한탄이 나오더군요. 사실 금수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니 금수만도 못한 자들이라고 해야겠지요』

해외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도 같은 소리다.

『단체 관광객들을 주로 받는 대형 호텔에 가면 한국인 관광객들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호텔 로비에서 떠들고, 방에 모여 밤새 화투치며 술마시고, 목욕탕 더럽게 쓰고, 공공 질서나 예절은 안중에 없거든요』

『작년에 런던의 한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 단체손님을 만났는데, 조용하던 식당이 갑자기 난장판이 되는 거예요. 아침식사를 뷔페식으로 하는데, 온갖 음식을 한꺼번에 수북하게 덜어다가 지저분하게 남기고, 시끄럽기 짝이 없어요. 다른 손님들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금년에 같은 호텔에 갔더니 한국인 단체손님은 다른 방에서 따로 식사하도록 격리시켰더라구요』

『한국인들이 추하게 노는 모습을 담아서 교육용 영화와 책자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외국에 가서 매춘관광을 하고, 곰과 뱀을 잡아먹고, 함부로 떠들고, 난장판으로 노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깨닫는 바가 있을 거예요. 그전에는 외국 가는 사람들에게 안보교육을 시켰는데, 이젠 예절교육이 필요해요』

우리나라의 20개 국립공원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한해 2만톤으로 4톤트럭 5,000대분이며, 해마다 20%나 증가하고 있다. 연중 쓰레기의 40%가 여름 휴가철에 버려지므로 여름의 산과 계곡은 쓰레기에 뒤덮여 신음하게 된다. 올해부터 쓰레기 무단투기에 벌금을 물리고 있으나 단속원들이 전 국토를 지킬 수는 없다. 동족으로부터 기피당하는 한국인, 금수만도 못하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한국인이 혹시 당신은 아닌가. 지난 여름 내가 보낸 휴가, 내가 버린 쓰레기를 생각해 보자. 금수강산이 금수강산이 되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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