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 12일 연주회/삼현가야금·거문고·비파/삼죽대금·중금·소금훗날 백제 무왕이 된 총각 서동은 신라공주 선화가 사랑에 빠져 밤마다 임을 만나러 몰래 나들이 한다는 노래를 서라벌에 퍼뜨려 선화공주를 차지했다고 한다. 서동이 만약 세레나데를 불렀다면 반주악기는 무엇이었을까. 천년 전 그 소리를 들어 볼 음악회가 열린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예술감독 정재국)은 12일 하오 7시30분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신라의 대표적 향악기인 3현3죽 연주회를 마련한다.
3현은 가야금 거문고 비파의 세 가지 줄 악기, 3죽은 대금 중금 소금의 세 가지 대나무 악기를 가리킨다. 거문고는 고구려 것이고 비파도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지만 통일신라 때 널리 쓰였다. 3죽 가운데 중금은 일제시대 이후 무대에 올려진 적이 없어 연주법마저 잊혀져 가던 것을 이번에 다시 제작, 재연한다. 대금 중금 소금은 각각 3도의 음정 차이가 나는데 중금은 중간음역 악기다.
예전에도 대금을 배우기에 앞서 훈련용 악기로 쓰였을 뿐이지만 취타같은 행악(행진곡)이나 제례악 등 당악(중국계) 계통 음악에는 대금보다 중금이 잘 맞는다. 정재국 감독은 『앞으로 당악 계통 음악에 중금을 많이 활용하기 위해 이번에 10개를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비파도 수십년간 연주되지 않다가 지난 4월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이 재연해 무대에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소리가 너무 작고 음악적 효과가 신통치 않아 이번에는 줄을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바꿔 음량을 키우고 새로운 주법을 시도하는 등 음악적 가능성을 새로이 탐색한다.
3현 연주곡은 현악보허자 우조다스름 천년만세 태평가. 우조다스름만 독주하고 나머지는 합주한다. 우조다스름은 우조 곡 연주에 앞서 각 악기군의 호흡 조절을 위해 하는 일종의 전주곡으로 거문고음악의 가장 오랜 원형을 보여주는 곡이다. 박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느리면서 꿋꿋하고 깊은 맛이 난다. 64년 이후 연주된 적이 없는 이 곡을 양승경이 독주한다.
3죽 연주곡은 취타 청성곡 해령 평조회상 중 상영산의 네 곡이다. 대금 독주의 명곡인 청성곡은 윤병천이 연주한다. 해령은 6대의 중금이 선율을 이끌고 편경과 편종이 박을 짚는다. 상영산은 대금 중금 소금의 합주로 편성, 음역의 허리 구실을 하는 중금 덕에 소리가 더욱 튼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국 감독은 앞으로 공후(하프와 비슷), 월금(만돌린과 비슷) 등의 옛 악기도 하나씩 재연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580―3037<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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