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좋다” 소문나면 잇단 공장 설립 지하수 고갈/개발후엔 폐공 방치 오염 가속… 통합관리 시급충북 일원에 먹는 샘물 공장이 마구 설립돼 소중한 지하수자원 고갈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하수개발후 폐공을 방치함으로써 인근 민가우물에서 청색증을 유발하는 질산성질소가 검출되는 등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폐해가 속출하고 먹는샘물제조공장 설립후 수자원 고갈현상으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기근을 겪는 곳도 많다. 특히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면 100년이 걸려도 회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지하수개발은 지반붕괴 등 환경재앙을 초래하기 때문에 규제가 시급하다.
충북지역에는 지난해까지 모두 24개 먹는샘물업체가 설립돼 우리나라 먹는샘물 전체생산량의 65%이상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먹는물관리법제정이후 10개 업체가 허가를 받아 현재 가동중이다.
프랑스 비취광천, 미국 샤스터광천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수생산지로 꼽히는 청원군 북일면 초정리는 먹는샘물의 원조. (주)일화와 (주)스파클 등이 이곳에서 광천음료와 먹는샘물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광천수 목욕탕이 영업을 시작해 하루 1,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초정리의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됐다. 부존량조사도 하지않은 채 마구 퍼올려 인근 60여개 음식점의 우물이 말라붙어 먹는샘물업체에서 한달에 2,000여톤의 생수를 공급받고 있다. 또 초정리일대에서 90년초부터 영업하던 (주)진로종합식품과 스파클이 지하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공장을 이전했거나 지하수맥을 따라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샘물에서 질산성질소 등이 검출돼 약수를 뜨러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90년초 먹는샘물개발바람이 불어닥친 충북 동부지역은 현재 당국의 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제조업자와 지하수고갈과 오염을 우려한 현지주민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청원군 북일면과 미원면, 보은군 산외면, 괴산군 청안면·불정면 등은 화강암지질층과 변성퇴적암층이 만나는 지역으로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 이 명성을 좇아 계곡마다 먹는샘물공장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까지 반경 5㎞지역에 20여업체가 성업했던 미원면은 영업을 중단한 10여개 공장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94년 생산을 중단한 반석음료 공장은 생수용기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녹슨 생산시설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 개발업자가 뚫었다가 방치한 폐공들에는 빗물과 오폐수가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먹는샘물 폐공은 지하암반 200m이상까지 뚫어 놓은 것으로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고속도로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에 필수적이다.
양주현씨(46·미원면 수산리)는 『초정리와 미원면의 경계인 이티재에는 먹는샘물생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를 내고 잠적한 부동산업자가 뚫어놓은 폐공이 수십개나 방치돼 있다』며 『밀봉하지 않고 쓰레기 등으로 눈가림해 놓은 폐공이 미원지역에서만 83개나 됐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관정수는 63만7,000개, 지하수개발 성공률 30%를 고려하면 140만개의 폐공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걱정 없이 살아온 괴산군 불정면 창환리일대는 (주)진수음료가 들어선 이후 지하수고갈로 물기근을 겪어 올 고추수확이 40%가량 줄어들 전망이라고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지역 장주복 이장(51)은 『98가구가 마시고도 1,000여평의 논에 물을 댈 수 있었던 우물이 지난해부터 완전히 말라붙었다』며 『진수음료에서 인근 계곡에 대형관정을 뚫어 공급하는 식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입주한 문정면도 마찬가지. 고래실논이 말라 밭으로 바꿔야 할 형편이다.
먹는샘물 충북도 대책위원회 김학성 집행위원장은 『이런 추세라면 10년내에 지하수가 오염 또는 고갈될 것』이라며 『주변수량에 영향이 없다는 먹는샘물업자들의 환경영향조사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청주=정덕상 기자>청주=정덕상>
◎우리나라 지하수 얼마나 되나/부존량 1조5,448억톤… 연 228억톤 유입/이용량은 연 26억톤
우리나라의 지하수 부존량은 약 1조5,448억톤으로 연 강수량중 228억톤 가량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수란 지층 또는 암석의 사이에 고여 있는 물. 먹는샘물로 이용되는 지하 200여m의 암반층까지 지하수가 유입되려면 100년이상 걸린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총 1,267억톤이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강수량중 45%는 증발하거나 지하수로 축적되고 55%인 697억톤이 하천으로 흘러간다. 하천에 흐르는 물 가운데 37%인 467억톤은 홍수기에 바다로 흘러가고 평상시에는 18%인 230억톤만이 강으로 흘러들어 활용된다.
연평균 강수량의 10배가 넘게 부존된 지하수자원은 장래의 용수부족상황을 해결해 줄 좋은 대체수자원이다. 지하수이용량은 연간 26억톤정도로 농·공업용수 등 총용수이용량 296억톤의 8.8%에 머물러 선진국의 20%수준에 크게 뒤진다.
일제하인 36년부터 농·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지하수개발은 60∼70년대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8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용수수요가 급증, 지하수 이용량은 날로 늘고 있다.
한편 지구상의 물의 양은 13억8,500만㎦로 추정되며 바닷물과 민물의 비율은 각각 97%, 3%다. 민물중 69%정도인 2,400만㎦는 빙산과 빙하의 형태이고 지하수는 29%인 1,000만㎦, 하천이나 강물이 2%인 100만㎦가량이다. 물 1㎦를 무게로 환산하면 10억톤에 해당한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전문가 진단/“지하수 공공자원 규정/이용규제 강화 필수적”/완벽한 보전책 세운후 개발해야
지하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하수공개념을 도입, 지하수를 공공자원으로 규정하고 지하수 이용·개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하수는 특정 토지소유자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사적인 재산이 아니다. 국민모두와 후손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의 자산이란 점에서 지하수공개념을 정립하는 일이 급선무다.
공개념도입과 함께 완벽한 지하수보전대책을 수립한 후에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지하수는 최후의 자원으로 후손에게 물려주도록 개발을 최소화하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지하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통상산업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지하수 관리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 단기간에 일원화하기 어렵다면 지하수량관리는 건설교통부, 수질관리는 환경부로 창구부터 단일화해야 한다.
두번째는 전국의 지하수맥을 조사, 지하수량을 정밀하게 기재한 수맥도를 작성하는 일이다. 수맥도를 바탕으로 매년 지하수의 증감을 미리 파악해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부존량을 고려하지 않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결국 지하수가 고갈된다.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개발하다보면 지하공간이 넓어져 지반침하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또 먹는샘물공장 인근 지역에서는 농업용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식수용 우물까지 마르는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세번째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기위해 일정한 기술과 설비를 갖춘 자에게만 지하수개발권을 부여하는 지하수개발업 등록제를 실시해야 한다. 현행 체계는 누구나 지하수를 발견하면 개발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지하수의 과잉개발을 초래하고 있다.
또 수원개발 허가만 받으면 무한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된 농·공업용수도 철저하게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먹는샘물에 대해서는 현재 38개 항목인 음용수기준을 미국(85가지) 영국(56가지)수준으로 높이는 등 다양한 규제수단을 고안해 지하수개발을 최소화해야 한다.<최상일 충북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최상일>
◎인터뷰/먹는 샘물 충북도대책위 김학성 집행위원장/“마시고 농사지을 물까지 뽑아가/관정은 주민들 가슴에 구멍낸 것”
『개발허가를 받았어도 현지주민들이 마시고 농사지을 물까지 뽑아가는데 당할 수만 없습니다』 먹는샘물 충북도대책위원회 김학성 집행위원장(49)은 최근 당국의 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업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원일대에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먹는샘물업체가 지난해에는 20여개나 난립했다』는 김위원장은 『이지역에 뚫어놓은 100여개의 관정은 주민들의 가슴에 구멍을 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김위원장은 『지하암반수는 한번 고갈되거나 오염되면 수백년걸려도 되돌려 놓을 수 없는데도 당국은 적정채수량 및 지하수맥조사 등 기초자료도 없이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9월 트랙터까지 동원, (주)스파클 제2공장 설립을 막은 적이 있는 김위원장은 『당국은 지하수보전대책과 오염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세운 뒤 먹는샘물개발 사업을 허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청주=정덕상 기자>청주=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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