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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경영병행 “야쿠자식”/「방배동파」 범행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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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경영병행 “야쿠자식”/「방배동파」 범행 행각

입력
1996.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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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고리대금·청부폭력·마약 등 “범죄백화점”/국내 3대 패밀리 와해틈타 신흥세력 급부상8일 검찰에 적발된 폭력조직 「방배동파」는 조직폭력과 기업활동을 병행하는 「야쿠자식」폭력조직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의 폭력조직도 유흥업소 장악이나 청부폭력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전통적 수법에서 탈피, 기업체를 강탈한 뒤 조직의 힘을 동원해 각종 탈법행위를 저지르는 「기업형」으로 양상이 변한 것이다. 미국의 마피아는 50년대에 기업화했고, 일본의 야쿠자는 60년대에 합법기업에 침투하는 단계를 밟았다.

검찰이 기소한 방배동파 총두목 정순환씨(37)의 주혐의는 기업탈취와 고의부도. 정씨가 동거녀 김인자씨(38·구속)와 함께 인천의 월드코아 백화점을 탈취해 고의부도까지 가는 과정은 합법을 가장한 기업활동과 폭력이 교묘히 얼룩져 있다. 정씨 등은 월드코아 백화점관리회사인 구경산업(주)을 주식대금 위장납입방법을 통해 불법으로 설립, 월드코아 백화점 지분 40%를 51억원에 넘겨받기로 소유주인 H은행과 계약한 뒤 계약금으로 5억원을 지불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이후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투자금 명목으로 구두상품권 13만장(65억원상당)을 넘겨받은 뒤 역시 조직원을 동원해 권리를 포기시켰고, 은행당좌를 개설해 어음과 수표를 남발하고는 개업 8개월만에 26억원의 고의부도까지 냈다. 정씨 등은 부도후에도 원주인인 H은행측에 명도를 거부하고, 인천 모백화점을 1백50억원에 매수제의하는 등 또다른 범행을 기도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전도유망한 유력사업가로 행세하며 계약을 하거나 투자를 유치한 뒤 뒤처리는 방배동파에 맡기는 전형적인 야쿠자수법을 써왔다. 불과 9개월만에 이들은 1백억원이상을 간단히 벌어들인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방배동파의 범행은 이밖에도 살인, 고리대금업 및 청부폭력, 불법용도변경, 마약 등 각종 범행이 망라된 「범죄백화점」이라 부를만하다.

특히 두목 기로흥씨(32) 등은 94년 9월 조계사 폭력사태의 주범 오일씨를 영등포 북부동파와 함께 계획적으로 살해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원들을 고의로 자해케해 위장자수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배동파는 89년 6월 서방파 두목 김태촌이 「축복기도대성회」라는 이름으로 위장 개최한 범서방파 결성대회에 참가해 방계조직으로 가입했다. 당시에는 두목 기씨는 수사선상에도 오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지만 범죄와의 전쟁 등을 거치며 김태촌의 서방파와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 등 3대 패밀리가 와해된 틈을 타 급속히 세력을 확장했다.

현재는 조직원만해도 30∼40명에 달하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신흥조직으로 부각됐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 방배동파는 조직원들의 단결심을 기르기위해 50벌의 양복을 단체로 맞춰입고 입원하더라도 신원을 숨겨주는 단골병원까지 마련해 두었다.

총두목인 정씨는 서방파가 와해된 뒤 일약 폭력계의 전국적 거물로 부상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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