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편집·균형잡힌 풍경 “한편의 시”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현대 모더니즘 영화작가의 대명사이다. 그의 영화는 대중성을 확보하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규격화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할리우드영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토니오니감독은 현대인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자신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캐릭터간의 관계,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형상화해 현대인의 소외와 공허를 느끼게 한다.
세계와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평범한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삶의 모습이 논리적인 원인과 결과에 따라 진행된다는 해석을 거부한다.
때문에 그의 영화는 짜임새가 있다기보다는 느슨하며 모호한 결말에 도달한다.
「구름 저편에」는 83세의 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95년에 만든 작품이다.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들었던 독일의 저명한 감독 빔 벤더스는 안토니오니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연출에 동참했다. 안토니오니 감독 자신의 영화작업과 인생에 관한 담담한 고백 같은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감독(존 말코비치 분)은 안토니오니 감독의 분신이며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이다. 주인공은 자유롭게 시공을 넘나들며 남녀 네쌍의 사랑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영화의 극적 재미와 긴장감에 익숙한 관객의 기대를 깨뜨리는 느슨한 전개와 모호한 결말은 사랑과 삶에 대한 감독의 인식을 말해준다.
그는 특별한 사건에 초점을 두어 주제를 표출하기보다는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절제된 편집, 균형감 있고 유려한 움직임의 카메라가 잡아내는 풍경은 캐릭터의 내면 세계를 객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구름 저편에」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우연함과 복잡함으로 가득한 캐릭터들의 내면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시적 공간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편장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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