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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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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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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해외교포들은 그가 무엇을 하든지 이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거주지 국민으로 동화하기도 어렵고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답이 없는 질문을 늘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요즘 시민권을 취득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이 사회복지 개혁법안에 서명한 것이 그 계기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생계비와 의료, 자녀양육비 보조가 끊기고 생필품교환권도 얻지 못한다. 이제까지 영주권만으로 살던 사람은 시민권을 취득하든지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게 됐다. ◆재일교포사회에도 귀화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과는 반대로 외국인에 대한 대접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도 일본국적 취득건수는 거꾸로 늘고 있는 것이다. 52년부터 95년까지 약 20만명이 귀화했는데 90년대 들어오면서 갑자기 속도가 붙어 작년 한해동안 처음으로 1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일교포학자 정대균씨는 이를 「민족피로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지 국적을 얻어 그 나라의 소수민족으로 「정주」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고 외국인으로 남을 것인가. 해외 한인에게 이 문제는 결코 쉽게 결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주지 국적 취득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체성의 부인을 의미할 수 있다. 말하자면 거주지 민족도, 한국인도 아닌 제3의 민족이 되는 것이다. ◆재일교포사회는 이제 2∼3세가 중심이다. 1세들처럼 고국에 끈끈한 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사회를 부정하고 한국인임을 자랑삼을 만큼 각별한 애착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귀화해서 투표권도 행사하고 공직에도 취임하는 것이 떳떳한 삶일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피곤한 질문은 이제 그만두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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