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이 자구책에 나섰다.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30대 재벌그룹들이 예측불허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임금을 총액기준으로 올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 전경련은 총액임금동결을 생존권확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비장한 결의임을 전했다. 이들은 또한 고임금구조를 근본적으로 타결하기 위해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제 도입과 노조의 파업요건강화 등을 들고 나왔다.우리나라에서 30대 재벌그룹들이 비록 내년도라고는 하나 총액임금의 동결을 주장하고 나온 것은 처음이라 충격적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거시경제의 지표를 통해 경기침체가 급속히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30대그룹이 현재의 경제난을 『단순히 국제수지차원이 아니고 기업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한 상황이다』라고 규정하고 보니 경제난국이 심상치 않은 위기국면임을 실감케 한다.
재벌그룹의 제1차적인 책무는 뭣보다도 기업의 번영과 생존이다. 그들이 내세운 생존책에 이해가 간다. 또한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30대재벌그룹의 경우 87년 노조활동이 본격화한 이후 실질임금이 연 10%이상 인상돼 왔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87년부터 94년까지 8년동안 제조업의 연평균 실질임금상승률은 한국이 10.4%로 미국(1.1%감소), 일본(1.4%)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7.1%), 싱가포르(7%) 등 경쟁상대국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절대임금으로 따져도 1인당 GNP가 우리보다 높은 대만·싱가포르보다 높은 것이다.
신발·의류·완구 등 경공업 제품의 경우 경쟁력을 상실한지도 오래다. 중국·동남아 등 저임의 제3국으로 진출하지 않은 업체는 벌써 도산했다. 이제는 조선·자동차·기계 등 중화학공업에까지 경쟁력이 잠식되고 있다. 자동차의 메카이며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우리나라 승용차 진출이 부진한 것은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경제원칙은 자명하다.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인건비의 상승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기업도 살고 근로자도 살려면 생산성향상 범위내에서 임금을 인상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기업대부분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못했다. 30대 재벌기업들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
대승적 견지에서 노조들도 기업의 뜻을 수용했으면 한다. 또한 재벌그룹들이 노사협상에서 교섭권의 균형을 요구한 것도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노조도 이제는 약자가 아니다. 노사관계도 힘이 대등해야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조측이 복수노조, 제3자개입, 정치활동 허용 등을 얻는 대신 사용자는 정리해고, 변형근로제, 근로자 파견제도 등을 얻는 것은 양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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