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경제종합대책은 「기업활력의 회복」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올해 하반기이후의 경제정책목표는 물가안정과 기업활력의 회복에 역점을 두고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 이를 바탕으로 경상수지의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경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현행 경제위기에 대한 그의 처방은 옳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로서는 대외경쟁력이 취약해서는 설땅이 없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회복이 바로 경제난국 극복의 길이다. 그 방법도 누구나 알고 있다. 임금, 금리, 땅값, 물류비 등 높은 생산요소비용을 낮추거나 적어도 현재이상 더 오르지 않게 해야한다. 또한 요소비용이 낮춰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 재화를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고비용체제의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있다. 다른 이익집단들이 희생해야 하는데 승복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사활을 쥐고있는 재벌그룹들이 먼저 자구노력과 자기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익집단의 협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스스로의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해 경영개선에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
그들은 시장개방의 국제화와 시장경제체제의 보편화를 들어 규제철폐등 자기이익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해외로부터의 현금차관 도입허용도 요구했다. 또한 높은 인건비가 경쟁력약화의 주범이라고 말해 왔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러면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경쟁력없는 한계기업까지 끌어안고가는 선단식경영체제(문어발식경영)는 오늘날에도 건재하다. 계열기업들이 상호지원, 그룹의 경쟁력을 높여준다고는 하나 전면 불황일때는 경영악화를 가속화시킨다. 또한 주력기업이 부실화할때는 비주력기업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재벌그룹들이 선단식 경영체제를 고집하는데는 정부나 은행으로 하여금 파급영향을 우려, 감히 도산시키지 못하게 하려는 저의가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금리가 높은 것을 불평하면서도 재무구조개선은 외면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85년기준 평균 286.8%. 대만(이하 94년기준 87.2%), 미국(166.5%), 일본(209.3%) 등 보다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R&D(기술개발)투자가 매출액의 1.36%(95년기준), 신장되고 있다고는 하나 매출액의 3.5%내지 5%까지 차지하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R&D투자를 모두 합쳐도 미국의 GM사 하나에도 못미친다. 기업들은 기술개발·생산성 향상보다는 설비확장투자에 주력해 왔다. 내연적성장보다는 외연적 팽창에 급급하다. 중소기업에 인색한 것도 여전하다. 또한 『기업은 죽어도 기업인은 산다』는 기업풍토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재벌그룹들을 비롯하여 기업들이 경쟁력제고를 위해 스스로 개선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기업들이 경영의 주체라는 이유하나로 무임승차할때는 지나가고 있다. 정부의 「기업활력회복」시책은 괄목하다. 총액임금제 도입과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시간제 등 노동시장유연성강화는 노사의 합의가 전제되는 것이다. 적정수익성보장등 민자유치사업활성화 방안이나 수도권내 반도체 등 첨단업종공장증설 허용문제도 재벌그룹에 대한 특혜시비가 걸려있는 문제다.
조건부 혹은 무등록 중소기업공장양성화 추진 등은 법과 질서의 문제가 관련된다. 무허가공장의 양산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의 초법화다. 공정거래법의 재벌그룹 계열기업간 신용보증한도 축소계획(98년 100%, 2001년 0%)은 문어발경영억제정책의 대후퇴다. 재벌그룹들도 국가경제를 위해 이제는 자기몫도 내 놓을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려울 때 근로자와 국민들도 재벌의 논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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