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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는 중국과 한반도 앞날/장인철 정치2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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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는 중국과 한반도 앞날/장인철 정치2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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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베이징)에서는 요즘 「중국가이설불」(송·장 등 공저·중국은 「노」라고 말할 수 있다)이라는 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 책이 더이상 미국 등 서방의 논리에 따라 다니지 않겠다는 우리의 주장을 담고 있다』며 『뒷골목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널리 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에서도 몇년전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일본책의 이름을 따온 것이 분명한 이 책은 세계질서의 주도국을 노리는 중국의 내심을 잘 말해 주고 있다.『13억의 중국인이 1m높이의 바위에서 일제히 뛰어 내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우스개 질문이 있다. 답은 『지구상 어딘가에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북경·상해(상하이) 등에 울리는 중국인의 망치소리와 대만사태와 미·일신안보공동성명 등에 대한 중국의 강경반응은 중국이 명실공히 세계질서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문제는 이미 「노」라고 말하고 있는 중국과 동북아에서 더욱 강력한 동맹관계를 다지고 있는 미·일사이의 긴장 가능성이 한반도의 미래, 특히 통일에 미칠 영향이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있던 날 심국방(선궈팡)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때마침 중국외교부를 방문한 한국기자들에게 『한국 언론은 국제문제에 있어서 서방의 시각을 너무 많이 따라가는 것 같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한반도 주변 강국의 입장이 결국은 통일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구나 하는 자각이 새삼 피부에 와 닿았다. 그리고 이 자각은 그 어느때보다 우리의 슬기롭고 독자적인 통일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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