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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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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입력
1996.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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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곡동에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 새로 생겼다. 개업날 구경삼아 들러보니 매장도 넓고 상품도 많아 물건사기가 편리했다. 그러나 곧 정신이 반쯤 나간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나친 소음 때문이었다.사람들이 가득 들어와 떠드는 소리도 시끄러웠지만 낮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확성기 소리는 견딜 수 없었다. 성능이 나쁜 확성기로 과일점에서 뭘 알리면 곧 야채점과 생선점에서 마이크를 받아 귀따갑게 고함을 쳤다.

도시의 소음은 참기 어렵다. 귀를 멍하게 만드는 큰길가의 자동차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버스 안, 전철 속, 백화점매장 등 건물 내부에도 소음이 넘쳐난다.

동네에서도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없다. 라디오 TV를 크게 틀고 이웃집에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골목으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몇 사람만 모여도 동네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지른다.

가장 심각한 소음은 학교 주변에 퍼지는 행상차의 확성기 소리다. 동네 속에 있는 학교는 때도 없이 지나가는 행상차량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 학교 옆이라고 조심하는 기색도 없고, 누가 단속하지도 않는다.

최근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매년 독일인 2,000명 이상이 소음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기사(본보 8월19일자 6면) 를 실었다. 독일 연방환경부가 조사한 내용은 놀라운 것이다.

『소음에 늘 접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돼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혈액 내 지방과 혈당치가 달라진다.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분비되면서 위궤양이나 위경색이 오고,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도 눈에 띄게 높아진다』

보통시민을 지나친 소음에 장시간 노출시키는 것은 생명을 줄이는 행위이다. 상품을 더 팔려고 소음을 쏟아붓는 상점이나 골목을 지나치게 시끄럽게 만드는 행상차는 자제해야 한다. 더구나 학교 주변 소음공해는 적극 막아야 한다.

소음이 없는 쾌적한 공간을 넓혀나가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전국의 민선시장들은 이런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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