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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힘겨운 “추석나기”/극심한 자금난 극복 자구책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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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힘겨운 “추석나기”/극심한 자금난 극복 자구책 백태

입력
199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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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제품 시중가 30∼50% 파격세일/판매특공대 조직 재고품 거리판매/공단입주 업체끼리 선물 「물물교환」/대부분은 조인 허리띠 더 졸라매는 「내핍전략」 사용『추석 자금한파를 혼자 힘으로 이겨내자』

3년만의 불황과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가들에게 추석은 마냥 즐거운 민족의 대명절이 아니다. 불평없이 일해온 종업원들에게 추석 보너스와 고향에 들고갈 선물을 마련해 주려면 평소보다 2배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도 금융가에서는 찬바람만 쌩쌩 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추석자금 마련을 위해 갖가지 자구책에 나섰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추석까지의 자금지출을 최소화하려고 조인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고전적 「내핍전략」을 사용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사냥에 나선 「공격전략」의 기업도 상당수다. 동병상련을 느끼는 일부 중소기업끼리는 생산품을 교환하는 「품앗이 전략」으로 자금한파를 이겨내고 있다.

구로공단의 우미실업(대표 허영무)은 추석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제품을 공단내에서 파격적으로 세일,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회사공장 800평부지에 임시판매대를 설치, 8억원가량의 재고 스타킹과 양말 70만켤레를 수북이 쌓아놓고 시중보다 30∼50% 낮게 판매중이다.

지난해 겨울 우미물산을 인수한 허사장이 이같은 「텃밭 세일」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박하기 때문. 120명 종업원에게 지급할 추석보너스 등으로 4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가진 것이라고는 보관비만 축내는 양말과 스타킹 뿐이었다. 본전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과감한 재고정리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소비자 가격이 4,000원과 1,500원인 양말과 스타킹을 각각 1,500원과 800원에 팔고 있다.

이 임시판매대는 예상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인전철 가리봉역을 이용, 출퇴근하는 시민과 근로자 1,000여명을 놀랄만한 가격으로 이끌어 하루 2,000여만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허사장은 『24일까지 50만켤레의 양말과 스타킹을 판매, 5억원가량의 실적을 올릴 것 같다』며 『구로공단에는 이밖에도 「판매특공대」를 조직, 재고상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재봉틀전문생산업체인 라이온 미싱(대표 민평홍)은 물물교환으로 자금난을 이겨내고 있다. 민사장은 지난 2일 자사 생산품인 재봉틀 6대를 같은 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 엣센시아의 칫솔소독기 30개와 맞바꿨다. 어려운 자금사정탓에 종업원 30명에게 추석보너스를 지난해 보다 50%가량 줄여 지급할지도 모르는 미안한 마음을 개당 8만원짜리 칫솔소독기로나마 위로하기 위해서다. 엣센시아도 재봉틀 6대를 추석보너스를 지급받지 못할 간부사원 6명에게 위로의 추석선물로 나눠줄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내핍전략으로 추석한파를 견뎌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유현 과장은 『최근 자금사정악화로 중소업체들이 거래처에 선물안주기, 보너스대신 상품나눠주기 등의 고육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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