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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심장수술­주목받는 러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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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심장수술­주목받는 러 3인방

입력
199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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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고지 먼저 잡자” 물밑암투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심장 수술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알렉산데르 레베드, 아나톨리 추바이스 등 옐친의 후계를 노리며 물밑 암투를 벌여 온 3인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바삐 움직여 온 이들의 최근 동정을 살펴본다.

◎체르노미르딘 총리/옐친 신뢰 주도권 잡기 가장 유리/“기반 확대” 주지사선거 전력투구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58)는 최근 휴양지에 머물고 있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독대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는 지난 3년9개월여에 걸친 총리재임기간중 옐친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이나 발언이 거의 없었던 그의 충성심과 의리를 옐친이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러시아 헌법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유고시 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체르노미르딘은 일정기간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는 현재 각 지역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지방을 순회중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권력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나쉬돔 러시아(우리집 러시아)후보의 승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대통령의 유고상황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옐친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거대한 에너지산업의 대부로 경제적 기반도 단단한 그는 가스산업담당 장·차관과 거대한 국영회사인 「가스프롬」사장을 거쳐 92년 12월 총리직에 올랐다.

◎레베드 안보위 서기/주위견제속 체첸사태 해결 주력/대중적 정치기반 구축에도 힘써

체첸사태의 「해결사」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46)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수술 발표가 있기 전까지 러시아의 최고 뉴스메이커였다. 체첸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이는 그가 차기 대권을 장악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가 옐친 대통령의 수술발표에도 불구하고 체첸으로 날아가 반군지도자들과 연립정부 구성안 협의를 계속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그는 옐친이 체첸특사인 자신을 최근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의 존재를 실감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인지 레베드는 최근 자신의 대중적 정치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군출신들로 구성된 「명예와 조국」등 친레베드 단체 지도자들이 5일 「진실과 질서」라는 새 정치동맹 조직을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라잔 공수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무골인 레베드는 지난 대선 1차투표에서 3위를 차지, 옐친 재선의 「킹메이커」로 부상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추바이스 행정실장/크렘린 장악 정적동정 파악 이점/비상정국 정치력 발휘 묘안 골몰

한동안 모스크바를 비웠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크렘린 행정실장(40)은 지난 주말 유럽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매일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추바이스의 이같은 분주함은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가 「체첸사태의 해결사」로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분석가들은 추바이스가 현재 권부인 크렘린을 장악하고 있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와 레베드서기 등 정적들의 동정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가장 유리한 입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심장 수술이 초래한 비상정국을 대처할 묘책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옐친 재선전략의 일환으로 퇴진했다 다시 권력 핵심으로 복귀할 만큼 노련한 정치가인 그는 비상정국에서도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91년 11월 옐친 휘하로 들어간 그는 개혁파 진영의 기수로 사유화작업을 총괄 지휘, 「사유화 차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미국의 반응/미·러 안정 무너질까 우려

미국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심장수술 발표에 우려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옐친 대통령을 매개로 유지돼 온 안정된 미·러 관계가 러시아의 권력 공백과 정치불안으로 인해 일시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5일 클린턴 대통령이 옐친 대통령의 심장 수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조속한 회복을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옐친의 심장수술 발표를 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싣고 러시아에서 93년 헌법 제정후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권력승계」 문제를 놓고 정치지도자들간 권력투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7월 이후 장기간에 걸친 옐친의 「부재」로 이미 권력투쟁 움직임이 시작된 상태라고 지적하고 옐친의 뒤를 이을 후보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 유리 리즈코프 모스크바 시장 등 3명을 꼽았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

◎수술 어떻게 하나/동맥 관삽입 풍선 이용 혈관 확장/다리정맥 떼내 혈관대체 방법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주성분인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나타나는 허혈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치료법에는 관상동맥 풍선확장술(PTCA)과 관상동맥 우회술 등 크게 두가지가 있다.

풍선확장술은 사타구니나 팔 부위의 동맥에 미세한 관을 삽입, 심장혈관까지 밀어넣은 뒤 관끝에 붙은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혈관을 넓혀 주는 방법이다. 관상동맥 환자의 3분의 1에는 이 치료법을 쓸 수 있으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1∼2%의 사망률(심근경색 등)과 3∼4%의 합병증 우려가 있다. 30∼40%는 6개월안에 넓힌 혈관이 다시 좁아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레이저 회전금속기구 등으로 찌꺼기를 제거하거나 볼펜 심의 용수철처럼 생긴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삽입해 좁아진 혈관부위를 넓히는 방법이 시도된다. 이 방법들은 재발률이 20%정도로 비교적 양호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대개 다리의 정맥을 떼어내 대동맥과 좁아진 관상동맥 아래의 혈관을 대치해 주는 외과적 수술법이다. 심전도상 심한 심근허혈을 보이거나 관상동맥 3개 모두가 50% 이상 좁아진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5년 이상 생존율은 90%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10년내에 재발할 확률이 50% 이상이다.<고재학 기자>

◎위기관리 방식/잠정적 대행자 지목 권한이양 가능성/유고땐 총리 책임속 3개월내 재선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받아야 할 심장수술은 통상 1개월간의 입원과 2개월간의 회복기간을 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기간의 「비정상적 권력상황」에 대한 옐친 대통령의 사전조치 및 돌발사태에 대한 법적 장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번 수술이 예견된 사건인 만큼 대통령 유고시를 규정한 위기관리 절차가 그대로 적용될 소지는 적다. 따라서 옐친 대통령이 수술일정에 맞춰 잠정적 권한대행자를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입원 당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국방 외무 내무에 관한 주요 권한을 잠정 이양했었다. 옐친이 또다시 주요 권한을 이양할 경우 법적인 1순위 수탁자는 체르노미르딘이지만 현재 크렘린 상황을 감안할 때 그가 당연히 낙점 받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누가 수탁자가 되든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은 병상의 옐친 대통령과 논의 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옐친 대통령이 65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수술중 사망하거나 상당기간 직무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이 한시적 직무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총리가 그동안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사임, 의회의 탄핵, 건강상 이유로 지속적 직무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에는 총리가 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승계한 대통령은 과도정부를 이끌며 3개월내에 대선을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권력승계에 관한 명시적 절차규정이 없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배연해 기자>

◎핵가방 통제 어떻게/고르비 권력이양과정 인계불안 전철/미 레이건 피습땐 보좌관 병실서 대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수술이 시작될 경우 확실히 챙겨야 할 물건이 하나 있다. 1.5㎏짜리 검은색 가방이 그것이다.

이 문제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91년 8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에 감금당하면서 핵무기 발사암호가 들어 있는 이 핵가방을 빼앗긴 적이 있는데다 그해 12월 고르바초프―옐친 권력이양 과정에서도 이 가방의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않았던 「불안한 전철」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유고」 상황이 발생한 것은 두번. 81년3월3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가슴에 권총을 맞고 쓰러진 경우와 63년 11월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다.

레이건 피습후 기자들은 『병실의 대통령 옆에 군사보좌관이 있는가, 「축구공」도 같이 있는가, 아니면 부통령 곁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축구공은 군사보좌관이 늘 갖고 다니는 핵가방의 별칭. 래리 스피크스 당시 백악관 부대변인은 『군사보좌관이 병실에 대기중이며 국가안보사항에 문제가 없음을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네디 피습때는 암살이 확인되는 순간 군사보좌관이 바로 린든 존슨 부통령 옆으로 옮겨갔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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