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감의 한국화로 새지평/「생명의 노래」 연작 전통회화 참맛 국내외 알려『시골토담의 정겨운 흙맛 또는 창호지의 누런 색감이 우리 고유의 미감이라면 다양한 생명체가 엮어내는 환희의 노래는 인간의 공통된 정서를 표현한 것입니다』 「생명의 노래」연작으로 한국화의 참맛을 국내외에 알려온 한국화가 김병종씨(43·서울대 동양화과 교수)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전통색감과 필법에 의한 현대적 회화로 정리한다.
그의 작품은 소나무, 부엉이, 학 등 우리 산천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를 소재로 기운생동, 물아합일 등 한국화의 기본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닥원료와 치잣물을 혼합해 만든 한지판 위에 각종 자연염료와 먹을 손바닥만한 붓으로 쓱쓱 문지르는 기법은 생동감을 불어넣고 향토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균관대대학원에서 도가와 유가의 미학사상을 연구하며 쌓은 탄탄한 이론은 화면을 은연중에 무위자연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뿌리이다.
그가 「생명의 노래」 연작을 시작한 것은 90년. 89년 연탄가스중독사고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던 체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3개월간의 병상생활을 끝내자마자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기쁨을 화폭에 담아 나갔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일찌감치 서구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89년 프랑스 평론가 미셸 누리자니의 주선으로 독일 프레데리키아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진 이후 6번의 해외개인전, 7차례의 국제아트페어를 통해 국제작가로 떠올랐다. 94년 파리국제미술견본시장(FIAC)에서는 전속화랑인 벨기에 파스칼폴라갤러리 소속으로 작품 11점을 내놓아 9점을 팔았고, 지난 4월 가나보브르갤러리 개인전에서도 대부분의 작품을 판매했다. 94년엔 프랑스 「르 피가로」지에 그의 작품이 미국의 천재화가 장 미셸 바스키야의 작품과 함께 소개됐고, 대영박물관은 91년이후 4차례 작품을 구입하는등 한국화 화가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내년까지 호주 타스마니아갤러리 초대전과 파리시립미술관 개인전 등 빽빽한 일정이 잡혀 있는 그는 한국화의 현대화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선화랑초대전서 한지입체회화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던 그는 최근 문인화와 민화의 감성을 담은 한지판화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또 내년 가을에는 캔버스 16개를 잇댄 1만호크기의 초대형 벽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나와 일간지에 미술평론과 희곡으로 등단한 특이한 이력도 지닌 그는 89년 미술기자상을 받았고, 「중국회화의 조형의식」이라는 저서로 89년 한국일보사 주최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을 수상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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