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위한 싸늘한 잔학성이 주조/지순한 사랑 존재 역설적 표현/발표땐 “반종교적” 혹평받아언니 샬럿, 동생 앤과 함께 자매 소설가로 유명한 에밀리 브론티(1818∼48년)의 「폭풍의 언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더불어 영어로 쓰여진 3대 비극으로 꼽힌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문학작품이라면 당연히 들어있을 따뜻함은 전혀 없고 대신 사랑 증오 보복을 위한 싸늘한 잔학성이 주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에밀리가 폐결핵으로 요절하기 한해전인 1847년 이 작품이 발표됐을 때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야만스럽고 반종교적인 속악한 소설』이라고 혹평했다. 이같은 잔학의 아름다움이 인정받은 것은 작품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19세기 말부터였다.
브론티 자매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는 이들의 환경으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패트릭은 유능한 성직자였으나 가족을 부양하는 데 무능했고 자녀들에게 다정하지도 못했다. 또 이들이 살던 손턴지방은 매우 빈한한 고장이었으며 거센 바람만이 몰아치는 거친 황무지였다. 그러나 브론티 자매는 황량함을 사랑했다.
이 작품은 염세주의자 로크우드가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들어 살면서 주인 히스클리프에 대해 가정부 넬리에게 이야기 듣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히스클리프는 언쇼 집안의 주워온 아이로 자랐다. 언쇼의 큰아들 힌들리는 그를 싫어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를 좋아했다. 특히 언쇼의 딸 캐서린과는 청순한 애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던 중 언쇼가 병으로 죽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한다. 더구나 캐서린은 집안이 좋은 에드가 린턴과 약혼한다. 히스클리프는 결국 가출하고 만다.
가출 3년만에 히스클리프는 재력가가 돼서 귀향한다. 그는 술과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힌들리 대신 워셔가의 저택을 차지한다. 그리고 에드가 린턴의 동생 이사벨라와 결혼한 뒤 캐서린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딸 캐디를 낳다 죽고 힌들리도 병을 얻어 숨진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과 에드가 린턴으로 향한다. 그는 아내 이사벨라가 죽자 아들 린턴을 캐디와 결혼시킨다. 병약한 린턴과 에드가 린턴이 죽자 히스클리프는 린턴 저택의 주인이 된다.
모든 복수가 끝나자 히스클리프는 밤마다 캐서린의 무덤을 찾아가다 마침내 캐서린과의 완전한 합일을 꿈꾸며 4일동안 굶은 뒤 편안하게 죽는다. 그리고 헤어튼과 캐디 사이에 사랑이 싹터 3대에 걸친 사랑과 복수는 끝을 맺는다.
언뜻 보아 이 소설에는 인간성을 초월하는 복수와 비정상적인 애정만이 존재하는 듯하지만 이같은 잔학성 속에 오히려 지순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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