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너무 심심해 하므로 뭔가 취미를 가져보라고 남편이 권했다. 아내는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후 남편은 아내의 화장대앞에 붓글씨로 써 붙인 이상한 시구를 발견했다.<현월에 뉴화하니 신목이라>현월에>
아는 한자들을 이리저리 맞춰봤으나 남편은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무슨 시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웃음을 터트렸다.
『시는 무슨 시예요. 현대백화점은 월요일, 뉴코아는 화요일, 신세계는 목요일이 정기휴일이라는 표시에 운을 좀 달아 본거죠』
그 이야기는 실화라고도 하고, 꾸며낸 우스개라고도 하는데, 많은 주부들의 「백화점 중독증」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 백화점 저 백화점을 순례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여자들이 의외로 많고,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 순례자들은 대개 몇명이 어울려 다니지만, 항상 혼자 다니는 사람도 있다. 파산할 정도로 마구 물건을 사는 사람도 있고, 백화점안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뿐 쇼핑은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는 피서삼아 백화점에 간 사람들도 많았다. 시원하게 냉방이 된 백화점에서 물건 구경하고, 차 마시고, 점심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반찬거리를 사들고 귀가하면 괜찮은 피서가 된다. 헬스클럽, 전시장을 갖춘 백화점에서는 시간을 보내기가 더 좋다. 백화점 버스가 주택가를 돌면서 고객을 실어나르므로 교통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분당에 사는 주부들중에는 분당∼잠실을 오가는 롯데백화점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에 갈 때는 항상 롯데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간다는 사람도 있다.
백화점 중독증은 과소비, 시간낭비, 다른 일에 대한 의욕상실 등을 불러 개인에게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지역 상권을 무너트리고 있다. 강남일대 아파트 단지내의 꽤 큰 슈퍼마켓들까지 잇달아 문을 닫고 있는데, 대부분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들이 손님을 빼앗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이 죽어가면 영세상인들과 서민층 소비자들, 쇼핑하러 멀리 갈수없는 나이든 소비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 백화점 판매원이 여성들의 쇼핑중독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 그는 매일 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나타나 폐점 시간까지 매장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들을 「환자」로 보고 있다. 유난히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료함, 외로움, 좌절감, 현실도피의 욕구 등이 그런 병을 만들것이다. 가정에서 주로 소비를 담당하고 있는 주부들은 자칫하면 쇼핑 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백화점에 가기전에 <현월에 뉴화하니…> 를 떠올리면서 꼭 갈 필요가 있는지를 점검하면 좋을 것이다. <편집위원>편집위원> 현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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