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피격” 진위 싸고 설전/이라크,탱크 동원 아르빌 공격설/미 국무,불 방문 적극 협력 촉구/주일미군 이라크 공격 가담 논란/국제유가는 일단 진정국면에이라크에서 대규모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4일(현시시간) 방공부대를 방문,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라고 지시하는 등 걸프만의 긴장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이라크는 이날 미국이 수도 바그다드 일원의 군기지 및 민간거주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목격자들은 이날 밤 바그다드에 공습경보가 울린 뒤 대공포화기가 불을 뿜었으며 얼마후 시내에서 10여차례 대형 폭발이 일어나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라크 군 총사령부는 『미국이 4일 하오 군시설 및 민간지역에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중 일부가 바그다드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짐 페티그 미백악관 대변인과 조 마치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다드 일원에 미국의 공격은 없었다』고 이라크측 주장을 일축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5일 미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온 영국의 말콤 리프킨드 외무장관과 런던에서 회담을 가진데 이어 프랑스를 방문,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순방외교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프랑스로 향하기 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내 비행금지구역 확대조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우방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5일 미국이 국제법의 명분을 빌려 자국에 감행한 미사일 공격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전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유엔을 탈퇴할 것을 촉구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인 우다이가 운영하는 관영 바벨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로 인해 모든 신뢰를 상실했다』면서 『이제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유엔에서 탈퇴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란계 쿠르드애국동맹(PUK)은 5일 이라크군이 탱크 150대를 동원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핵심도시 아르빌 외곽을 공격중이라고 밝혔다. PUK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르빌 동남쪽 25㎞의 반군 거점 베스타나에서 이라크군과 PUK간에 맹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에 주일 미해군 구축함 휴이트호가 참가, 주일 미군의 행동 범위가 극동에 제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아사히(조일)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에 따라 미·일간 논란을 빚어온 양국 안보조약상 「아시아 태평양」의 범위문제가 또다시 양국간 논쟁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목적의 석유 수출 허용조치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등했던 국제 원유가는 4일 하오 진정됐다. 뉴욕상품거래소의 10월 인도분 경질유 가격은 16센트가 내린 23.24달러를 기록하는 등 각 종목이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워싱턴·바그다드·런던·도쿄 전송="종합">워싱턴·바그다드·런던·도쿄>
◎각국 언론 반응/“미 발상 위험·고립 자초” 비난/르몽드 “반후세인 동맹 와해”/아시아지 “미국 공격 권리 있나”/NYT “바그다드 공격” 강경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제한적인 미사일 공격에 대해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법적·정치적 근거가 빈약한 행위』라고 논평했지만 미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초강경론을 펼쳤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반후세인동맹의 와해를 가져왔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동맹국들 조차 동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의 행동에 사법적·정치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진짜 비극은 식량과 석유의 바터무역을 허용한 유엔결의가 미국에 의해 동결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처벌당한 쪽은 바그다드의 독재체제가 아니라 이라크 국민이라고 지적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미 뉴욕타임스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의 제한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쿠웨이트와 사우디 등을 향해 남쪽으로 진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재침공할 경우 미국은 이를 제지할 지상군이 없기 때문에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진퇴양난의 궁지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은 바그다드까지 공격해야 하며 이것만이 이라크의 침공야욕을 분쇄하는 해법이라고 밝혔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아시아 각국 신문들도 강도 높은 비난 논평을 게재했다. 인도의 더 타임스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권리가 있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상은 위험한 것라고 주장했다. 홍콩의 스탠다드도 워싱턴은 법의 편에 서는 것을 포기하고 「깡패경찰」이 돼버렸다고 비난하면서 앞으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뉴델리·홍콩 외신="종합">뉴델리·홍콩>
◎F16탑재 「함미사일」/명중률 100%… 이라크 레이더 무력화
미국은 4일 확장된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초계비행하던 F16 전투기가 이라크 레이더에 함(HARM)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에 사용된 AGM 88A 함 미사일은 방공무기체계의 핵심인 레이더를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된 「스마트탄」의 일종이다. 86년 미국의 리비아 폭격에 이용된 시라이크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레이더가 쏘는 전파를 거슬러 가 목표를 때리기 때문에 걸프전 당시 거의 100%의 명중률을 과시하며 이라크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 공격을 탐지한 적이 레이더를 끄면 자동적으로 폭발해 목표물 이외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특징도 있다.
길이 4.14m, 직경 25.4㎝로 66㎏의 탄두를 적재할 수 있으며 최대 사정거리는 74.4㎞에 달한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 제품으로 1기당 가격은 2억원.<윤석민 기자>윤석민>
◎미 공식 언론창구 페리 국방/이번 작전 수립·실시 총지휘/한국군 현대화도 참여… 수학박사
이라크군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지난달 30일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물중 하나가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68)이다.
그는 2일부터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공격, 작전명 「데저트 스트라이크」를 펜타곤에서 진두 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초순 이라크군의 움직임을 포착한 뒤부터는 군사작전 수립과 전격 실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전을 총괄해온 것이다.
페리 장관은 작전개시 이후 펜타곤 기자회견장에 매일 나타나 직접 전황을 설명하면서 미군의 활약상을 언론에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달여전 미 상원 청문회에서 사우디 미군 숙소 테러 등 일련의 테러문제와 관련, 궁지에 몰려 진땀을 흘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4일 이번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미국의 추가작전여부는 전적으로 이라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공을 이라크쪽으로 보내는 승자의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 현대화에도 관여한 그는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수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방부 군수산업 학계 등을 고루 거친 국방부내 군수통으로 꼽힌다.
국방부 부장관으로 재임하던 94년 1월 레스 애스핀 전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국방장관에 발탁된 그는 이후 탈냉전시대의 미 국방예산 및 정책을 전면 재편하는 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이라크 대외창구 아지즈 부총리/CNN 인터뷰 등 “후세인 입”/지하활동서 잔뼈굵은 기독교인
걸프전 당시 이라크 대외창구 역할을 하면서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졌던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 겸 외무장관(60)이 「사담 후세인의 입」으로 다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뿐 아니라 미 CNN 등과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 입장을 활발히 전달하고 있는 그는 걸프전때보다는 다소 풀이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지즈는 걸프전 당시 서방으로부터 이라크 지도부내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인물로 평가받았고 종전협상도 무리없이 이끌었다.
바그다드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영어실력이 상당하다. 더욱이 그는 아랍에서는 희귀한 기독교인이다. 그래서인지 아지즈는 온건한 성향의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온건파라는 딱지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아지즈는 50년대 바트아랍사회당에서 조직과 선전을 담당할 때 지하활동을 하던 후세인과 인연을 맺었다. 68년 바트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 후세인이 부통령이 됐을 때 아지즈는 당기관지 「알타와라」의 편집자였다. 79년 후세인이 아마드 하산 알 바크르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자 아지즈는 정보장관이 됐고 83년 이란과의 전쟁중에 외무장관을 맡았다. 그는 이후 수차례나 진행됐던 후세인의 정기적인 숙청작업을 용케 피해 부총리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교활한 여우」 「후세인의 호주머니」라는 혹평도 받고 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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