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추진배경 “촉각”/“색깔론 유도 위한 복선”에 “20억+α정국 전환” 분석도신한국당의 안기부법 개정작업이 여야의 색깔논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권의 안기부법 개정추진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어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여권의 정치적 의도와 관련한 몇갈래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안기부의 대공수사권 확대를 통해 체제수호의 수단과 장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총련사태와 간첩 「깐수」사건 등이 기폭제가 되면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안기부법 개정문제를 발제한 신한국당 정형근 의원은 『현재 안기부 대공수사관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은 차치하고 라도 간첩수사에 필요한 이들의 경험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안기부법 개정의 당위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다만 신한국당의 일부 진보성향 인사들은 『북한이 붕괴중이고 세계적으로 탈냉전 분위기가 굳어진 상황에서 시대적 필요에 의해 고쳤던 법을 불과 4년여만에 다시 복원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며 다소 난색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들은 문민정부의 대표적 개혁입법인 개정 안기부법을 이제와서 원상회복시키는 것은 시의에 맞지않다는 지적인데 신한국당 내부에서조차 법개정여부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안기부법개정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는 견해이다. 예컨대 안기부법 개정문제는 당초부터 정치권의 색깔논쟁을 유도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가 『여권의 안기부법개정 시도는 민주화에 역행하는 개악이며 민주주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한데 대해 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대중 총재와 국민회의의 이념노선을 걸고 나왔다. 신한국당의 김충근 부대변인은 4일 『국민회의가 용공이적세력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수단확보를 서둘러 반대하는 데는 필시 숨길수 없는 내부사정이 있을 것』이라면서 서경원, 문익환 밀입북 사건과 김일성조문론 찬성 등을 상기시켰다. 나아가 김철 대변인은 5일 『간첩을 잡자고 하면 국민회의가 반대할줄 알았다』는 촌평까지 발표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노골적인 색깔론시비가 확산돼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셋째는 신한국당이 이른바 「20억+알파설」에 따른 국민회의의 공세수위를 약화시키고 국면전환을 노리기 위해 안기부법 개정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국회제도개선특위 등에서 야권과의 절충을 위해 안기부법개정문제를 지렛대로 이용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한국당 입장에서는 안기부법이 개정되면 더욱 좋겠지만 설사 법개정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이 문제의 공론화과정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궁극적으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로 하여금 「색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자는 여권 전술전략의 일환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 한총련 사태이후 발표된 신한국당 대변인 논평의 상당수가 김대중 총재의 이념문제를 집중거론해왔다는 점은 이같은 분석과 무관치 않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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