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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파동 또 미봉책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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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파동 또 미봉책인가(사설)

입력
1996.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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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전세값 인상을 부추긴 혐의가 있는 서울과 분당 일산신도시 부동산 중개업소 4백여곳의 장부와 전세계약서를 압수, 정밀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거래가 주춤하면서 폭등하던 전세값도 기세가 꺾였다. 심상찮은 파동조짐에 불안을 느끼던 대다수 무주택 서민들도 일단 안도감을 갖는 것 같다.그러나 누차 지적된 것처럼 세무조사로 전세값 상승을 막는 것은 임시미봉책일 수밖에 없으며 정도라 할 수 없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팽개쳐 두었다가 파동이 생기면 또 미봉책을 동원하고 다시 방치해 버리는 식의 안일하고 무성의한 행정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황무지상태로 내버려 두었던 주택임대정책과 관련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서 제대로 된 새로운 틀을 하나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이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최근의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생활주거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문간방에 세들어 사는 지난날의 생존형 임차보다는 좀 더 나은 주거환경과 생활편익을 찾아서 자기집을 놔두고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수도권 세입자의 20%) 작은 집을 사기보다 큰 집에서 월세나 전세를 살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해마다 탄생하는 40만쌍 이상의 신혼부부들이 대부분 자기만의 주거공간을 갖기 위해 거대한 신규 임대수요를 형성하고 있고 직장 때문에 생기는 수요도 많아졌다. 주택보급률이 86%로 크게 향상됐지만 임차거주율은 오히려 43.6%로 늘어나 무려 4백85만3천가구가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다는 현실이 그간의 변화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동안 주택정책은 이같은 변화를 외면하고 단순히 보급률을 늘리는 것으로만 일관해 왔다. 주택임대시장의 수요자는 4백80만가구를 넘는데 등록된 임대 사업자(공급자)가 개인을 포함해서 8백96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주택임대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 절차가 황무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임대차인간의 권리 의무, 계약내용과 임대료 조정, 조세 금융과 행정관리절차 등등 세부내용을 실정에 맞게 광범하게 정비해서 합법적으로 제도화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임대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규모 개인임대를 양성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공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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