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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작가 이문열­이경자/페미니즘 작품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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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작가 이문열­이경자/페미니즘 작품전 하나?

입력
1996.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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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신랄 비판/이문열 「선택」 연재직후/왜곡 여성 삶 본격 거론/이경자 「사랑과 상처에 대하여」 탈고소설가 이문렬씨와 이경자씨가 페미니즘을 놓고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낸 소설을 써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문열씨는 최근 출간된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페미니즘을 강력히 비판하는 장편 「선택」의 연재를 시작했다. 4회 분재예정인 소설에서 이문열씨는 『이혼은 「절반의 성공」쯤으로 정의되고 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된다』고 간접적으로 이경자씨의 소설제목을 거론했다. 「선택」의 화자는 조선 선조∼숙종대에 살았던 장씨라는 부인. 『나를 수백년 세월의 어둠과 무위 속에서 불러낸 것은 너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웅녀의 슬픈 딸들』이라고 자못 비장하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장씨가 염려스러워 하는 바를 서두에 편지글체로 적고 있다.

이씨는 이 글에서 일부 페미니스트에게 『도덕적인 불성실과 이기, 정신적인 나태는 남성만의 약점이 아니다. (중략)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너희의 약점은 부인하고 남성만을 단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이혼경력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에 걸고 남성들의 위선과 이기와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그들과 싸운 무용담을 늘어놓는』 여성들을 개탄했다. 이경자씨의 소설제목과 공지영씨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소설제목이 이 말에 이어 등장한다.

「세계의 문학」이 나온 직후 이경자씨는 연작장편 「사랑과 상처에 대하여」(가제목)를 탈고했다. 이씨는 『이문열씨의 「선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 소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는 「절반의 성공」이나 「황홀한 반란」을 잘못 읽은 것이다. 그 소설은 이혼을 미화하거나 간음을 선동하기 위해 쓰여진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경자씨가 계간 「실천문학」 겨울호부터 5부로 연재할 소설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식민지화경험, 봉건적 사회질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제도를 배경으로 가족관계 전반에서 생겨나는 남녀갈등을 다룬다. 삶의 황혼기에 선 여자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반추하는 형식의 첫 회분 200장은 1930년대 남아선호사상에 찌든 어머니와 그 아래서 고아처럼 커가는 세 딸에 대한 이야기. 강원도 양양의 가난한 집안풍경, 일제강점기의 저항 시련등과 함께 딸들을 원수처럼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강조된다. 얼굴이 얽은 얼금뱅이어머니는 『억세빠진 간나들 때문에 집안이 안된다. 귀신은 뭘 먹구 살아 저년어 간나들을 안 잡아가너. 저런 간나종자들 새빠지게 키워놔봤자 남의 집 좋은 일 시키는 거』라고 욕 퍼붓기 일쑤이고, 아들이 급사하자 『쓰잘 데 없는 간나종자들은 질기게 사는데 귀한 아들만 헛되이 죽었다』고 내뱉는다. 이씨는 화자의 입을 빌려 『우리의 슬픔이나 울화같은 걸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없었고 이런 종류의 억눌림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기자신을 비하하고 학대하는 것으로 변질되면서 자라났다』고 한국여성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작품에 관한 논쟁은 흔히 기고와 그에 대한 반박, 인신공격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두 작가는 소설을 통한 「작품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특이한 소설공방은 두 작품의 연재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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