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공식인정 “성과”/관계 최악국면 맞자 미·아랍 등 네탄야후에 압력/신뢰 미흡·철군 등 첨예대립 평화정착까진 먼길4일 열린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대통령)의 역사적인 회담은 일단 이스라엘 우파 리쿠드당 정권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공식 인정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네탄야후 총리는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과 평화회담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아라파트 대통령과의 직접 대면은 회피해 왔다. 네탄야후는 지난 총리 선거유세중 아라파트가 테러를 배후지원하고 있다며 그를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네탄야후의 이같은 입장이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자 아라파트는 지난 주 팔레스타인 자치주민들에게 한시적 총파업을 촉구하는 한편 네탄야후에게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이스라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양측의 관계가 93년 팔레스타인 자치협정체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물론 이집트 등 일부 아랍국까지 가세해 네탄야후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 또 이스라엘내에서도 시몬 페레스 전총리가 이끄는 노동당과 좌파 메레츠당 및 리쿠드당의 일부의원들까지 합세해 네탄야후를 비난했다. 이런 배경아래 이루어진 네탄야후와 아라파트의 회담에서는 평화회담의 조속한 재개, 기존 협정의 준수 등이 합의됐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향후 중동평화의 계기가 될 지는 미지수이다. 네탄야후와 아라파트가 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워낙 짧게 하는 바람에 사진기자들이 다시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에서 보듯 양 지도자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또 리쿠드당의 강경파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실수」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헤브론 철군, 예루살렘의 지위,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되리라고 전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네탄야후가 리쿠드당의 역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아라파트와 「악수」를 한 상징적 의미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결국 이번 회담이 양측의 오랜 원한관계를 씻는 계기가 될 지 여부는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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