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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 실체 바로 보자/경제위기 조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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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 실체 바로 보자/경제위기 조명(사설)

입력
199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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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경제에는 심상하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여러가지 불길한 징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불기 시작한 감원선풍이나 신도시에서 불이 붙고 있는 전세가 폭등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재벌기업이 과장급이상 간부의 4분의 1을 퇴직시키고 대리급에서까지 명예퇴직자를 뽑아내는 것은 수십년동안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장기불황과 대량실업에 대한 불길한 전주곡으로 들릴 수 있다. 90년대 들어 처음인 전세파동도 올림픽 직후 광란 물가시대의 악몽을 연상시키는 심상찮은 조짐이다.1천억달러에 육박해 들어가고 있는 외채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경상적자, 걷잡을 수 없는 수입폭증과 최근의 유가불안도 70년대 오일쇼크시대의 외채망국론을 생각나게 하는 기분 나쁜 조짐이다. 선진국 시장에 의지해서 수출로 경제를 끌어나가고 있는 나라가 대미수출은 37% 줄고 대일수출은 13.7%, 대유럽연합(EU)수출은 34.7%나 감소했다는 것도 충격이다.

줄을 잇는 해외투자와 제조업 부문 무더기 탈출로 일자리 감소와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며 개방파고에 휩쓸려 기반이 내려앉고 있는 농업이나 영세유통업체들의 집단도산도 위기적 상황이다.

우리가 거듭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상황을 안이하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6%수준의 성장에 5%이하의 물가, 2%정도의 실업률이면 훌륭한 경제성적표인데 이걸 위기다 난국이다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제관료들이 많다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 무책을 의심하고 있다.

가령 고비용구조가 핵심적인 문제라면 그 구조를 격파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편, 은행예대마진 축소 같은 장단기대책과 함께 필요하다면 해외차입을 늘리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금리를 낮추기 위한 좀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된다. 토지와 지가정책도 개선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고지가는 결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손댈 여지가 너무 많다. 임금도 마찬가지이다. 유휴인력과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수 있으며 임금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시도되지 않은 방법들이 많다.

기술면에서도 우리의 노력은 수준 이하다. 당장 산업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생산기술에서조차도 정부나 기업이나 개선을 위한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정부의 경제관리능력을 강화시키는데서도 노력이 부족하다. 난국을 극복하려는 전투적 의지가 없다. 사회분위기의 일대쇄신을 통해 신발끈 조여매고 다시 뛰어보자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정부는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좀 더 분발하면 상황을 훨씬 좋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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