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쿠르드족 탄압 대응 인권보호” 주장 불구/안보리 결의에 「무력 응징」규정 한줄도 없어/후세인 건재·이라크 국민 생활고 심화로 효과 의문미국의 대이라크 공습은 국제법상 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가 최근 쿠르드족 거점지역을 공격한 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 688호 위반이고 이번 공격은 그 응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 결의는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것일 뿐이다. 위반을 이유로 무력응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이 결의에 한줄도 들어있지 않다.
유엔 결의 688호는 걸프전이 끝난 뒤인 91년 4월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반정부 쿠르드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자 안보리가 채택한 것으로 이라크 민간인에 대한 억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촉구·권고 결의안이 그렇듯 따르지 않을 경우 어쩐다는 식의 처벌조항은 전혀 없다. 금수조치 등 대이라크 제재조치와도 무관하다.
걸프전 이후에 나온 유엔 안보리의 대이라크 제재 결의는 687, 706, 715, 833호 등 모두 5가지나 된다.
안보리 결의 687호는 걸프전 종전결의로 이라크가 화생방무기는 물론 장거리 탄두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결의는 이라크의 준수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이라크내 사찰단 활동을 못박고 있다.
결의 706호는 이라크에 무조건 16억달러 어치의 제한적 원유판매를 허용하되 이라크가 판매대금으로 구입한 식량과 의약품 등을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지 감시하도록 했다. 결의 715호는 687호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이라크의 원유와 기타 물품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결의 833호는 이라크가 쿠웨이트의 독립과 주권 및 유엔이 설정한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라크는 이와 관련, 미국의 추가요구까지 수용해 안보리에 쿠웨이트를 인정하는 공식문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실 이들 유엔결의는 하나같이 미국의 주도로 후세인 정권의 목을 죄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대이라크 제재의 최대 피해자는 이라크국민이라는 것이 국제구호기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국민들은 생필품과 의약품의 극심한 부족과 천정부지의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후세인의 권력은 여전히 탄탄한 것이 현실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섈리캐슈빌리 미 합참의장/이라크 미사일 공격 진두지휘/폴란드 태생… 전임자 파월과 역정 비슷/전쟁 명분 약해 「작지만 어려운 시험」 주목
군 지휘관에게 전쟁은 그동안 닦아온 역량을 시험받는 기회다.
미국의 대이라크 미사일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존 섈리캐슈빌리 미 합참의장(60)도 자신의 역량을 단기간에 평가받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게 됐다. 그는 1일부터 걸프지역에 급파돼 사우디 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미국의 동맹국과 서로간의 입장을 조율하랴, 걸프 주둔 미군부대를 시찰하랴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이번 미사일 공격을 통해 평가받게 되는 것은 단순히 군사적 능력만이 아니다. 정치 외교역량도 함께 시험받게 된다. 그의 전임자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은 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일약 미국인들의 신망을 받는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을 제압할 수 있는 카드」로서 공화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서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받기도 했다. 「군인」 파월의 「숨겨져 있던」 정치 외교 능력이 걸프전을 거치며 최고점을 받은 것이다.
섈리캐슈빌리는 합참의장에 임명된 93년이후 폴란드 태생의 이민 1세대라는 점에서 자메이카계 이민 후손인 콜린 파월과 자주 비교되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조부가 제정러시아의 장군, 부친이 구소련 그루지야 공화국의 육군장교를 각각 지낸 무인가문 태생이다. 이번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은 이라크영토안에서 벌어진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응징이라는 명백한 대의명분이 있었던 걸프전 때와 비교하면 개입의 정도나 규모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그만큼 섈리캐슈빌리 합참의장으로서는 전임자에 비교해 「작으면서도 어려운」 기회와 맞닥뜨린 것이다. 빛나지 않을 어려운 기회를 맞은 섈리캐슈빌리가 어떤 역량을 보일 지 주목된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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