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감동 열락의 130분열락. 2일 명동성당에서 열렸던 백건우씨의 피아노연주회는 바로 그것이었다. 「감동의 도가니」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왼쪽 건반 위로 쓰러지듯 몸을 실으며 연주를 마쳤을 때 청중은 충격과 감동으로 얼어붙었다. 숨막히는 침묵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날 그가 국내초연한 메시앙의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은 난곡 중의 난곡이다. 변화무쌍한 리듬, 찬란한 화성, 소용돌이치는 음의 진행등 음악사의 어법을 총동원한 것같은 대작을 그는 혼신을 다해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한 마디로 열연이었다. 소리는 빛의 다발이 되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피아노는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 피아노는 천둥처럼 터지는 파이프오르간 소리, 한꺼번에 울리는 수많은 작은 종소리, 기쁨에 겨운 새들의 지저귐, 별들이 일으키는 우주의 폭풍소리를 들려주었다. 신비로운 감흥에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2시간10분(중간휴식 제외)동안 성당 안은 음이 뿜어내는 눈부신 광휘로 가득찼다. 열기는 그대로 객석에 전달돼 이적의 순간처럼 전율과 함께 감동이 찾아왔다. 그는 음으로 빛의 시편을 쓴 것이다. 원로작곡가 이성재씨도 『일생에 드문 가슴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며 『백씨의 연주는 다양한 청중을 하나로 묶으면서 명동성당을 새로운 음악회장으로 탈바꿈하게 했다』고 말했다.
걱정과 달리 음향도 좋았다. 미사를 집전하는 자리 중앙에 단을 높여 피아노를 놓았을 뿐인데도 소리는 만족스러웠다. 백건우는 4일에도 이런 감동을 선사했다. 6일 하오 7시 명동성당에서 한 차례 더 연주를 한 뒤 그는 8일 부산문화회관, 11일에는 광주문예회관(이상 하오 7시30분)에서 같은 작품으로 청중과 만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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