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살점 떨어져나가며 대량 폐사어패류를 집단폐사시키는 등 세계 곳곳의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적조현상의 원인이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괴단세포생물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적조는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성경에도 나일강에 적조가 발생, 물고기가 폐사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지금까지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적조현상은 편모조류, 규조류, 남조류같은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발생한다고만 알려져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적조 유발 플랑크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해양과학연구팀(팀장 조앤 버크홀더 박사)은 최근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피스테리아 피시다(Pfiesteria Piscida)라는 이름의 괴편모조류(채찍형태의 털을 갖고 수중생활을 하는 단세포생물의 총칭)가 노스캐롤라이나주 뉴즈강 하구에서 빈발하는 적조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이곳은 80년대말부터 물고기 대량폐사 사건이 잦았다. 죽은 물고기들은 배를 뒤집은 채 살점이 떨어져 나간 듯 곳곳에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피스테리아가 방출한 맹독성물질 때문이었다. 피스테리아의 맹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000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스테리아를 관찰하던 연구원중 일부는 거의 의식을 잃고 실험실을 간신히 기어나오기도 했다.
피스테리아는 전혀 새로운 종으로 수중 생태계에서는 포착이 불가능할 만큼 변신에 능하다. 평생동안 적어도 24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 있으며 먹이가 없으면 수년동안 동면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버크홀더 박사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피스테리아는 아메바에서 동물성포자로 2분만에 변할 수 있으며 식욕과 번식력이 엄청나 군체가 급증하면 물고기와 조개류를 한번에 수백만 개체씩 죽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마이애미대 과학자들은 최근 몇달간의 집중 연구 끝에 또 다른 종류의 괴편모조류가 올해 플로리다 해안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해우 집단폐사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들어 죽은 해우 304마리 가운데 자연사와 같은 일반적인 원인을 제외하고 전체의 52%인 158마리가 이 단세포생물이 방출한 독성물질에 중독돼 죽은 것이었다.
최근 10년간 과학자들에 의해 새로 발견된 괴편모조류만도 33종이나 된다. 문제는 이같은 편모조류의 급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바다로 흘려보내는 하수나 동물의 분뇨, 비료 등이 주범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여기서 녹아나오는 인과 질소로 바닷물의 영양분이 늘고 이에 따라 편모조류가 급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조전문가 도널드 앤더슨 박사(우즈홀 해양학연구소)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오염물질 형태의 영양분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으며 바로 이점이 이들 미생물의 번식을 특히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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