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기지 B52폭격기까지 동원/이라크선 비상사이렌속 대공포로 반격/클린턴,대선 유세 중단 급거 워싱턴으로/미 국방부 “「제한적 목표」 공습 성공적”미국이 3일 상오 7시15분께(이하 이라크 시간)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개시, 걸프만이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라크 공격의 선봉에 나선 B52 편대는 상오 9시께(괌 현지시간) 괌기지를 출발, 상오 7시15분께 걸프만 북쪽에 도착해 크루즈(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공격에는 걸프만에 배치된 항공모함 칼 빈슨호 전단도 가세했다. 미 국방부는 긴급 뉴스브리핑에서 이날 공습은 「제한적 목표」에만 가해졌으며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3일 공습 후 백악관에서 대국민성명을 발표, 『이라크가 석유수출대금으로 구입하게 될 구호물자가 쿠르드족에게 전달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이라크에 대한 일부 석유수출 재개 허용조치가 진척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은 2일 급거 워싱턴으로 돌아와 프랑스대통령과 이스라엘총리 등 서방 정상들에게 이라크 공격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7발의 크루즈미사일이 「목표지점」에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상오 9시25분께였다. 2일 상오 8시45분께 수도 바그다드 등 일부지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몇분간 울렸고 미사일들이 접근하자 대공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성난 이라크인들은 3일 바그다드 등 몇몇 도시에서 미국의 공습을 비난하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이라크 국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국의 위협적 행동은 미국내에서나 관객을 동원할 것』이라며 『미 대통령후보들간의 인기얻기 싸움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민들은 유엔의 이라크 석유수출 재개 유보 소식을 듣고는 동요하는 모습이었으며 생필품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식품값은 이날 하루 8%나 뛰었으며 설탕은 ㎏당 50디나르가 오른 6백50디나르에 거래됐고 디나르의 가치가 한때 달러당 1천2백70디나르로 폭락하기도 했다.
○…이라크 국영TV와 라디오는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우리 승리하리라」등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를 계속 내보냈다. 후세인 대통령은 3일 전투복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 『신이 미국의 공습과 그 침략자들을 굴복시켰다』며 『텅빈 정신을 가진 미국에 교훈을 가르치도록 미국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밥 돌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는 이번 공습에 대해 『결단력있는 행동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공격이 후세인 권력을 붕괴시키는 시작이 될 것이며 후세인의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외신="종합">워싱턴=이상석>
◎미 작전상황/방공망·정예부대 주둔지 무력화/최첨단 무기로 인명 피해 최소화도/일 배치 F16기 11대 사우디로 급파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 응징은 예상대로 전광석화같이 진행됐다.
이라크는 미군의 공격에 대비하고는 있었지만 소리만 들리며 파고드는 크루즈(순항)미사일 공격에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한 채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대공포로 맞섰으나 빈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이날 공격은 미국이 자랑해 온 첨단 초정밀 무기가 거둔 또 한차례의 개가였다. 메스로 환부만을 도려내듯 무고한 인명피해는 최소화한 채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외과수술적 공격」방법이다. 미군의 공격은 이라크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등이 주둔해 있는 바그다드 남부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방공망을 우선적으로 공격한 점에 비춰 정확도면에서 뛰어난 전폭기들의 「2차 폭격」을 위한 통로 개척이라는 전술적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 또 이라크측의 대응에 따라 추가 공격을 다짐했다. 이에따라 일미자와(삼택)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던 F16기 11대도 공습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했다. 미 35전투비행단 소속의 이 항공기들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걸프지역에 2만명의 병력에 항공기 2백50대를 상주시켜 「인계 철선」이상의 억지력을 유지해 왔다. 함재기 70대를 보유한 항모 칼 빈슨 전투선단이 걸프만에 대기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 공군기지를 비롯, 쿠웨이트 바레인 등 육상기지에 F15, F16 전투·전폭기 1백50대가 주둔하며 상시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에는 F15전투기 30대와 공중급유기 4대가 상주하며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비행금지구역」 감시 및 요격임무를 전담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지중해상의 항모 엔터프라이즈 전투선단과 터키, 이탈리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기지로부터도 전폭기가 즉시 출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도 약점은 있다. 무엇보다 아랍권의 반발을 고려, 요르단 등지 의 기지 사용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공격을 위해 멀리 떨어진 태평양의 괌기지에서 B52폭격기가 발진한 사실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또 걸프만에 대기중인 해병 5천명으로 구성된 상륙전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병력이 공군지원요원 등 「비전투원」이어서 공군력만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전술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라크의 버티기가 계속된다면 이번 사태는 의외로 장기화하며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는 끝없이 빠져드는 수렁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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