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폭락 한달에 1만8,000원/“재계약”에 “2005년까지 유효” 맞서22달러 64센트(1만8,000여원). 미국이 주모스크바 대사관저 임대료로 러시아에 매달 지불하는 금액이다. 이 월세를 놓고 양국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85년 구소련정부와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 관저인 「스파소 하우스」를 월 7만2,000루블(당시 환율로 5,000달러)에 20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했다. 구소련 시절 루블화는 고정환율제로 가치에 변동이 없었으나 91년 러시아가 출범한 이후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러시아정부는 12만루블로 월임대료를 올렸다. 하지만 루블화는 이후에도 계속 하락을 거듭, 현재 달러화로 환산한 월세가 고작 22달러64센트가 된 것이다.
러시아는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미국에 임대료를 연 37억루블(70만달러)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측은 현재의 계약이 2005년까지로 돼 있는 만큼 한푼도 더 낼 수 없다는 자세이다. 토머스 피커링 주러시아 미 대사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측은 과거 소련이 터무니 없이 고평가한 루블 환율에 따른 임대료로 약 4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현재의 싼 월세는 보상차원에서도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러시아측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 적당한 선에 타협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무부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2,300만달러로 평가되는 이 관저를 매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크렘린에서 약 1.6㎞ 떨어진 스파소페스코브스카야 광장에 있는 이 관저는 제정러시아의 거부 니콜라이 브토로프가 1914년 애인에게 선물로 지어준 건물이다. 외관이 웅장한 이 건물은 볼셰비키혁명 이후 소련정부에 귀속된 뒤 33년 미국의 첫 소련주재 대사 윌리엄 불리트가 임대해 숙소로 사용하면서 부터 역대 미대사 관저로 이용돼 왔다.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이 소련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초대로 만찬에 참석, 처음으로 미국 식사를 맛 본 곳도 이곳이며 미 대통령들이 구소련을 방문하면 숙소로 사용하거나 리셉션을 열기도 한 미소관계사의 무대이기도 하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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