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하오 북경(베이징)중심가 장안(창안)대로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국제 구락부 2층 기자회견장. 중국외교부가 정례브리핑을 영어통역 없이 진행한 첫번째 날인 이날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빽빽히 회견장을 메운 가운데 전과 다름없이 하오 2시45분부터 브리핑은 시작됐다.시작은 전과 다름 없었지만 몇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우선 연단에 선 심국방(선궈팡) 대변인 좌측에서 영어를 중국어로 중국어를 영어로 통역하던 통역원의 자리가 치워져 있었다. 서양기자들이 크게 준대신 그들에 의해 고용된 통역인 듯한 낯선 중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서양기자들의 질문이 크게 줄어든 것. 질문자의 90%가 중국 홍콩 대만기자였다. 물론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유창한 영어대신 더듬거리는 중국어로 사전에 준비한 질문원고를 읽는 서양기자들도 있었다. 브리핑은 평소보다 짧은 15분만에 끝났다.
중국 외교부가 9월부터 영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인 통고를 한 것은 7월 2일이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만다린(중국표준어)이 유엔의 공용어가 됐고 브리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결정에 「경악」한 이들은 서양기자들. 서방국의 북경상주특파원들 주도로 중국 당국이 불허해온 외신기자클럽을 결성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한 것도 이 조치가 불러일으킨 파장 중의 하나다.
중국측의 의도를 놓고 중국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 영국 등 서양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중화사상이 이 결정의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측의 결정의 배경이야 어떻든 외신기자들은 도리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3일 중국외교부 브리핑장은 국제무대에서 날로 목소리를 높이는 중국의 자신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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