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치명타… 경공업은 오히려 늘어/수입시장선 소비재 열풍 적자폭 더해우리 수출은 정말 길고긴 침체의 터널로 진입했는가. 2일 통상산업부가 발표한 8월중 수출입통계를 보면 수출침체의 장기화조짐이 확연하다.
수출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감소(6.2%)했다. 연속 감소는 9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0.3%, 올 1·4분기에 20.8%나 증가세를 유지했던 수출이 4월 5.3%, 5월 6.4%, 6월 1.7%로 3개월째 한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더니 7월이후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서 우리 수출산업이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통산부는 하반기내내 수출 감소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2∼3개월후의 수출을 점치게 해주는 수출신용장(LC)내도액은 8월중에 8%나 감소해 앞으로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해주고 있다.
이같은 수출부진을 통산부는 「반도체쇼크」로 보고 있다. 지난해 2백21억달러로 무려 70.3%나 증가했던 반도체 수출은 올 1분기중에 57%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올 4월 이후 증가는 커녕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4월 1.3% 감소에 이어 5월 18%, 6월 37%, 7월 42.3%, 8월 52%로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값이 하반기에는 진정될 것이라는 당국의 전망을 비웃기나 하듯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가는 95년 8월 개당 50.1달러(16메가D램)에서 이달에 12달러로 78% 하락했다.
1년전에 비해 4분의 1이하로 떨어졌다. 반도체 업체들이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가하락으로 수출금액은 줄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8월중 52%나 감소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은 오히려 5.2%증가다.
올들어 8월까지 전체 수출은 4.2%감소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역시 9.6%나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다행히도 경공업 수출은 회복되고 있다. 일본제품과의 경합도가 낮아 엔저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직물수출이 7월 14%, 8월 11.4%증가한 것을 비롯해 경공업 수출은 상반기까지의 감소세에서 7월 7.7%, 8월 2.6%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침체와는 대조적으로 수입시장에서는 「소비재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경기하강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은 주춤해졌지만 사회에 만연한 과소비 분위기를 반영해 소비재수입은 폭증하고 있다. 8월중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30.3%로 원자재(2.2%)나 자본재(14.8%) 수입전체증가율(11.7%)을 2배이상 웃돌았다. 승용차(94.6%) 휴대용전화기(65.8%) 화장품(52.5%) 등 고급소비재의 수입은 8월중에 50% 이상 늘었다.
수출추락, 소비재수입 폭증으로 무역적자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8월중 적자는 29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다. 올들어 누적적자는 1백32억9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이같은 적자행진은 지속돼 올해 적자는 연초 예상(70억달러)보다 1백20억달러가 늘어난 1백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통산부는 전망했다. 반도체의 연초 수출목표치는 3백7억달러, 수정 목표치는 1백80억달러로 이같은 반도체 수출차질액이 거의 그대로 무역수지 적자로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통산부 이재길 무역정책심의관은 『반도체 수출 차질이 예상밖으로 커지고 있다』며 『1·2차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반도체쇼크」가 수출전선에 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국장은 반도체 수출감소를 대체할 뚜렷한 수출상품이 없는데다 수입증가세는 그대로 유지돼 무역수지상의 반도체쇼크가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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