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고증없는 가설과 상상·공격적 용어 남발은 흠어느 민족이든 찬란하고 웅대했던 역사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유사 이래 헤아리기 어려운 외침을 겪었고, 결국은 일제의 강제통치 및 분단의 고통을 뼈아프게 간직하고 있는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1,500여년전 만주벌을 호령하던 고구려 역사는 단순한 과거로만 기억될 수 없다.
SBS의 6부작 다큐멘터리 「왕도의 비밀」(연출 전형태)은 그 고구려의 현장과 문화 위를 걷고 있다. 분단이라는 장애에 걸려 잊혀지고 있는데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구려의 흔적을 숨소리도 거칠게 담아냈다.
최인호씨가 자신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직접 진행자로 나선 이 다큐는 백제영토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는 정자 문양이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관련된 하나의 상징부호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추리기법으로 엮었다.
이 다큐는 제작진이 1년동안 기획 및 답사를 거친 뒤 2년여동안 촬영한, 심혈을 기울이고 고생을 많이 한 장기기획물이다. 고구려의 무대였던 중국의 동북지역을 10여 차례 드나들며 장장 10만㎞이상을 여행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삼국시대 당시의 문화전파 경로와 세력판도등을 지도로 재현해 보여주기도 했다.
광개토대왕비 장군총 태왕릉 등 초라하게 탈색했지만 예전의 영화와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구려의 유물유적을 생생하게 포착하며 긴장된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이 다큐는 고대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려고 한 것같다. 그러나 정자문양에 대한 충분한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가설과 상상으로 일관해 역사를 신비주의화한 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길라잡이에 나선 최인호씨는 자신이 세워놓은 가설을 확인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너무 쉽게 흥분한 것 같다. 수수께끼 비밀 침투 접선 특공대 등 정제되지 않고 공격적인 용어도 남발됐다.
지난달 14, 15일에 1, 2부가 나간 뒤, 3부 이후는 25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55분에 방송되는 등 편성도 일관성이 없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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