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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 필요한가/서울 이어 조례개정 잇단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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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 필요한가/서울 이어 조례개정 잇단 추진

입력
1996.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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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부 등 강력 반대 논란 재연/도입땐 인건비 등 4백억원 소요 예상광역지방의회 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여부를 놓고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조례를 확정한데 이어 전국광역의회 운영위원장 협의회도 이달부터 일제히 조례개정에 돌입한다. 서울시의회는 집행부의 재의요구에 따라 지난달 30일 임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조례 원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항해 시는 오는 19일까지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다른 광역단체에서도 서울시와 똑같은 사태가 빚어질 수 밖에 없어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는 92년 4월 서울시의회가 유급보좌관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던 해묵은 논쟁의 재연이다. 세찬 여론의 비판에 부딪치자 민자당의원이 다수였던 당시 시의회는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규정된 법규를 들어 자진철회했다.

그러나 이번 유급보좌관제 도입추진은 92년 상황과 몇가지 점에서 다르다. 당시 요구가 출범후 1년이 채 안된 지방의회의 「과욕」이었다면 이번에는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방의원 신분규정이 「무보수 명예직」에서 「명예직」으로 변경됐으니 유급보좌관을 두지 못할 이유가 없고, 91년 지방의회가 유지나 재력가 등 여권인사로 채워졌지만 이번에는 야당의원이 다수인 광역의회가 많다는 점도 큰 상황변화다.

광역의회측은 출석일에만 지급되는 일비 교통비 출장경비 등 월 60만원으로는 성실한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서울시 소장의원은 『생계도 곤란한 의원들이 많은데 의정자료 수집활동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집행부를 감시하고 대항논리를 창출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면 유급보좌관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박논리도 완강하다. 국회의원과는 달리 지방의원에게 보좌관을 둘 수 있다는 명시적인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과, 「참여와 봉사를 통한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지방의회 의원이 유급보좌관을 두겠다면 직업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전국 8백77명의 광역의원에게 1명씩의 보좌관을 둘 경우 인건비만 최소 2백38억여원이 소요된다. 여기다 사무실비용 활동비 등을 포함하면 4백억원의 부담이 예상된다. 이는 곧 주민부담으로 돌아가므로 굳이 지방의회 의원 보좌관이 있어야 하느냐는 불만으로 연결된다. 유급보좌관은 자칫 개인비서관으로 전락, 체면유지 또는 과시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주민부담을 바탕으로 한 유급보좌관제가 지방의회내의 조례만으로 결정될 사안이냐는 지적도 있다. 주민부담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국회의 논의나 폭넓은 여론수렴같은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급보좌관제 논쟁은 이번에는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서울에 이어 전국의 광역의회들이 같은 조례를 통과시키면 내무부의 재의요구가 잇따르고, 이후 광역의회는 재의결을 통해 조례를 확정시킬 것이다. 그러면 내무부는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섭 기자> ◎찬성 입장/김수복 시도의회 운영위협의회장/“내실있는 자치 의정 위해 필요”/행정감시 강화로 오히려 예산절감 효과

91년 7월 지방의회가 출범한후 5년이 흘렀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다는 사실만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현실로 증명됐다.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그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같이 올바른 지방자치 틀의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전국광역의회는 최근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열악하기만 한 지방재정에 짐을 지우고 비상근 명예직인 지방의원에게 공무원 신분의 보좌관을 둘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의정활동에 나서고 있는 의원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비롯된다.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에 필수적인 자료수집 연구 및 검토, 주민의견수렴, 각종 민원처리를 수행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한 생업에도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내실있는 의정활동 수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광역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주민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회의원 보좌진의 5분의 1인 최소 1명의 보조인력이 제공돼야 한다.

유급보좌관 도입에 따른 비용분석을 통해 경제적 효용가치를 따져보더라도 실보다는 득이 월등하다. 예컨대 서울시의회에 보좌인력을 충원한다면 연간 약 34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서울시예산(10조원)의 0.034%이며 전국 광역시도의회의 경우 전체 시도예산 58조원의 0.039%인 2백억원에 불과하다. 보좌관의 활용으로 행정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행정낭비요인을 적출, 시정할 경우 이에 따른 타 부문의 예산절감효과는 보좌관제 도입에 따른 추가비용의 몇십배에 이를 수 있다.

한편 지방의원은 명예직이며 따라서 보좌인력 신설은 불가능하고 보좌진을 둘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복잡하고 다기한 대도시 광역행정을 간과하는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 환경 주택 복지 등 방대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어느 업무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며 이들 중대사안을 심의하고 집행부를 감시 감독해야 할 광역의원은 행정가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보좌관은 이같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의원의 전문성을 보충해줄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지방자치법 제32조 1항은 광역시도의원에게 보조활동 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좌관도입에 따른 문제는 없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 LA시의 경우 의원 1인당 유급보좌관 3∼4명 사무보조원 18∼20명을 채용하는 등 의원보좌관제를 활용하고 있다.

5년간의 의정활동으로 이제는 지방자치의 실험단계를 뛰어넘어 참된 지방자치의 뿌리를 내리려는 중대한 시점에 와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더욱 적극적이고 내실있는 의정활동을 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받는 광역의원들은 내실있는 의정활동의 기초로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 입장/이기우 인하대 교수·공법학/“효과 미지수 주민부담만 가중”/참여·봉사정신 역행 「개인비서」 우려도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전국광역의회가 의원당 유급보좌관 1명을 두도록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의정 활성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의원 1명에 1명의 유급보좌관을 두면 보좌관 선임이 전적으로 의원개인의 인간관계에 좌우돼 그 활동도 개인비서 역할에 머물게 된다. 이럴 경우 전문성 제고라는 도입취지가 인선과정에서부터 훼손된다. 또 의원당 유급보좌관을 배정할 경우 5급상당의 간부를 의원 숫자만큼 두게 돼 지자체의 예산낭비와 인력관리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따라서 보좌인력을 둘 경우 상임위원회별, 소속정당별로 소수의 보좌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인력활용의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보좌관 직급을 5급으로 획일화할 필요도 없으며 숫자도 훨씬 감소시킬 수 있다.

또 지방예산의 용처를 감시하고 절약해야 할 지방의회가 효과도 미지수인 개인비서격인 보좌관 신설을 추진할 경우 세금부담의 주체인 주민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본연의 임무는 망각하고 보좌관을 고집하는 것은 제 밥그릇 챙기는데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초래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방의회의 역할중의 하나는 밑에서 위(국회)로 향하는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인데도 국회를 무비판적으로 흉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급보좌관제도는 생활자치를 표방하며 도입된 지방자치의 「참여와 봉사」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칫 지방의원들이 참여와 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분향상에만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지방의회가 조례개정을 통해 유급보좌관제도입을 추진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문제는 지방의회만이 결정할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관계 상위법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국회 등 관련 기관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광역의회는 의원마다 유급보좌관을 두려는 시도를 철회하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활동여건을 지금처럼 열악한 상태로 방치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의 광역의정활동이 전일적이고도 고도의 전문적인 활동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일용노무자의 노임에도 못미치는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이번을 계기로 감독부처인 내무부와 입법자인 국회도 더이상 지방의정을 악조건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 지방의회가 지방정치의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이 편법적인 자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불필요하도록 지방의정활동의 여건을 법률로써 보장해주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파리·LA 시의원 1인당 3∼4명 둬… 일 도쿄선 채택 안해

우리의 광역의회가 주장하는 유급보좌관제와 가장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프랑스 파리 시의회다. 인구 5백50만명인 파리시에는 1백63명의 시의원이 있고 시의회 사무처 직원 6백30명이 배치돼 있다. 의원 1명당 3명의 사무처직원이 보좌해주는 셈이다.

유급보좌관과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외국사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시가 꼽힌다. 이 시의회의 경우 의원 1인당 3∼4명의 보좌관을 두며 전문직을 20∼26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시의 의회는 우리와 다르다. 의원이 고작 20명 안팎이다. 구의회와 구청이 없어 의원들이 구를 대표해 의정에 참여, 행정가 역할도 겸임하고 있어 보좌관을 충분히 배정하는 것이다.

독일 뮌스터시의회의 경우 상임위별로 보좌인력을 배치하는데 정당의 의원비율에 따라 인력을 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경우 기초·광역의회에 보좌관을 배치하지만 의원 개인에게 보좌관을 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밖에 지방의회에 보좌관을 두는 나라로는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이스라엘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자치제도가 가장 유사한 일본 도쿄(동경)도 의회에는 유급보관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등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지방의회도 많다. 일본의 경우 유급보좌관을 두지 않는 대신 지방의원의 활동비를 현실화해 사안별로 전문인력을 개인적으로 채용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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