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연기 탁월 “은막 황제”/포로 고통 완벽표현 올 러 영화제 남우주연상 받아/작년 「위선의 태양」 세계 주목… 연극 배우로도 유명러시아의 만능탤런트 올레그 멘쉬코프(36). 연극무대와 영화촬영장을 오가기에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는 고통과 번뇌, 우수 등 인간존재 내면의 그늘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러시아 시사주간 「이토기(종합)」는 최근 그를 『인간의 고뇌를 형상화하는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그는 6월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제7회 「키노타브르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한 아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의 「카프카즈의 포로」에서는 적에 사로잡힌 병사의 고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의 이름이 세계 영화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주연을 맡은 「위선의 태양」(감독 니키타 미하일코프)이 지난해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였다. 스탈린 통치하의 처절한 삶을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정보기관의 협력자로 인간적인 고뇌에 시달리는 젊은이의 역을 맡아 어려운 내면연기를 충실히 소화해 냈다. 이 배역으로 그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기자로 자리매김됐고 6월 훈장을 받았다.
유럽에서 멘쉬코프는 연극배우로 더 유명하다. 92년 런던 연극제에서 「그녀가 춤을 출 때」의 주연을 맡아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 각지의 연극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대시인 세르게이 예세닌과 저명한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멘쉬코프는 사랑에 빠져 고민하는 예세닌역을 제대로 소화한 첫번째 연기자라는 평을 들었다.
그의 연기 인생은 79년 모스크바의 미하일 쉔킨 연극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20세기초 러시아 최고의 배우였던 마리야 에르모로바를 배출한 말리 드라마극장의 현역 배우들이 직접 연기교육을 시키는 이 학교에서 이미 그는 현역배우 못지 않다는 칭찬을 들었다.
연극학교 졸업후 말리극장의 배우 아카데미에서 연기수업을 계속했고 말리 극장과 러시아 배우극장, 에르말로바 극장 등의 무대에 잇따라 서면서 연극배우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10편의 영화에 출연, 경력은 「신인배우」 수준이지만 일찌감치 21세기 러시아 은막의 지배자 자리를 예약해 놓은 셈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