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이자만 30억불 악순환 우려/통일 등 돌발상황 대응도 걱정나라빚이 갑자기,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백16억달러나 늘어났던 총외채는 올들어서도 3개월동안 78억달러나 증가했다. 총외채란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이 직접차입 채권발행 무역금융 등을 통해 들여온 빚의 총액이다. 전체 채무(총외채)에서 채권(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도 지난해 68억달러나 늘어난데 이어 올해도 1·4분기중 45억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나면 외채도 증가한다. 총투자액중 국내조달(저축) 부족분만큼 외국에서 빌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적자 확대속도를 감안할 때 총외채는 연내 1천억달러, 순외채도 3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한 외채액 감소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외채문제해결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외채수위가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채망국론」이 대두됐던 85년(총외채 4백68억달러, 순외채 3백55억달러)과 비교할 때 ▲국민총생산(GNP)대비 총외채비율은 51%에서 18% ▲순외채비율은 39%에서 5% 수준으로 각각 낮아졌다는 것이다. 재경원 당국자는 『외채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갚을 능력의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외채상환부담률은 5.4%로 세계은행 권고비율(8.9%)을 밑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의 외채수준이 당장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은 커녕 훨씬 빠르게 악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이자지급만해도 그렇다. 지난해 외채이자지급액은 25억달러(2조원)선. 올해는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무역외수지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외이자지급액임을 생각할 때 경상수지적자 증가→외채증가→이자지급부담가중(무역외수지악화)→경상수지적자확대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외채증가도 골칫거리지만 악성적 외채구조는 더욱 우려스럽다. 현재 총외채중 만기 1년미만짜리 단기성 부채가 50%를 넘어서고 있다. 단기부채는 원리금 상환주기가 빨라진다는 점에서 불건전채무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중요한 것은 총외채가 아니라 순외채』임을 강조하지만 꾸어온 돈은 갚을 의무가 있어도 꾸어준 돈은 꼭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총외채의 증가를 결코 느슨하게 볼 수는 없다. 더구나 갚아야할 돈의 대부분이 단기부채라면 「돌발적 상황」에 대한 대응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멕시코는 단기부채가 외환보유고의 5배에 달해 결국 「빚잔치」를 해야 했다.
미국은 총외채가 3조3천5백억달러(GNP대비 50%), 일본은 1조7천3백억달러(40%)로 우리나라보다 빚이 훨씬 많다. 그러나 이들은 극단적 경우 국제통화인 달러나 엔화를 찍어내 빚을 갚을 수도 있다. 우리의 외채가 이들보다 적다고 안심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항상 「통일비용」을 염두에 두어야 할 우리나라는 남들보다 외채를 더 인색하게 가져가야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개방으로 국내달러가 넘친다해도 결코 우리 돈은 아니다. 이 점에서 「돌발사태 준비금」인 외환보유액(3백34억달러)도 결코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재정이 겨우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채마저 막지 못한다면, 즉 국가재무구조가 나라 안팎으로 나빠진다면 통일 등 예기치 않은 사태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진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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