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요인 이미 반영… 확전 우려도 적어/현 공급초과 상태속 단기급등 그칠 가능성이라크의 쿠르드족 거주지역 침공이 국제 석유가격에 미칠 영향에 세계의 촉각이 다시한번 곤두서고 있다. 중동정세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요동쳤던 국제유가를 감안하면 또한번 국제경제에 큰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라크의 쿠르드족 공격이후 첫 원유거래가 이뤄진 2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 유가는 오름세로 출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전문가들은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석유수출재개 감시단의 이라크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데 영향을 받아 유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은 올해 5월 걸프전 이후 6년동안 지속돼온 대이라크 경제제재를 부분 완화, 이라크가 의약품 식료품 등의 구매를 위해 6개월마다 20억달러어치의 석유를 수출하도록 허용키로 했었다. 따라서 이라크의 석유수출재개와 국제시장 원유공급 확대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군사행동이 원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원유시장은 공급초과상태이다. 산유국간의 결속력 약화로 인한 생산량 통제 실패로 전세계적으로 하루 2백만배럴의 석유가 남아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이후 현재까지 유가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수급요인보다는 이스라엘의 강성내각 등장, 사우디 아라비아 폭탄테러, 미국―이란 긴장관계, 이라크 정정불안 등 정치적인 요인들이 유가에 반영돼 온 결과였다.
지난해 말 두바이산 기준으로 16.1달러를 유지했던 국제원유가는 1·4분기말 16.52, 2·4분기 17.32, 그리고 8월에는 평균 18.68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사태를 포함한 정치적 요소들이 이미 이같은 고유가에 반영될 만큼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의 공격 며칠전부터 국제원유시장에는 이라크의 대쿠르드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때문에 지난달 29일 두바이산 원유가격은 배럴당 19달러32센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30일 들어 지속된 상승세에 대한 반발과 미국의 노동절 연휴시작에 따른 거래부진으로 이날 유가는 19달러20센트로 진정됐다.
걸프전 같은 예외적인 메가톤급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2∼3일정도의 단기급등 외에 지속적인 유가파동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년만에 겨우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이라크가 국제사회를 더이상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2일 철군발표로 현실화했다.
이번사태로 9월 중순이후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재개되면 현재의 고유가 상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다소 늦춰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유엔이 석유수출재개 허용결정 자체를 백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도 경기하락을 불러올 유가인상 사태를 바라지 않고 있어 4·4분기 이후에는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유가는 연말수요에 따른 연례적 가격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하향안정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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