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청은 내년도 예산으로 올해보다 2.88%가 늘어난 4조9천8백50억엔(36조9천억원)을 요청했다. 이는 0.9∼2.58%의 증가율을 보여왔던 지난 5년이래 최대의 수치다. 세계 3위인 일본 방위비의 증가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내년도 증가율이 예년보다 높아 남다른 관심을 끈다.일본의 방위비 증가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2000년까지 5년간 25조엔(1백85조원)을 투입하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확정진 바 있다. 매년 방위비를 2.25%정도 늘려 이를 달성할 계획이었는데 2.88%란 증가율은 이를 뛰어넘는 수치로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그만큼 주변환경 등 국제정세가 변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냉전체제가 무너진후 세계엔 군비축소 바람이 불고 있다. 유독 경제발전이 눈부신 아시아만이 군비경쟁이 치열하다. 매년 국방비를 20%이상 증액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 동남아시아 각국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세변화는 전수방위를 목표로 내세운 일본의 국방력 증강 및 자세변화의 구실이 됐다. 여기에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이 아·태지역에서의 안보 부담을 일본과 같이 하려는 미국의 태도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클린턴 미 대통령은 미·일신안보체제를 출범시키며 이러한 뜻을 확실히 했다.
이에 고무된 듯 현재 일본에선 헌법에 금지돼 있는 「집단자위권」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일본국토의 방위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의 이익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면 어디에든 군대를 파병하려는 노림이 그속에 포함돼 있다.
일본이 군비를 증강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추진한다고 해서 당장 군사대국이 된다고 볼 순 없지만 우리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국내에 우익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일·중·러 4대강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안보질서를 개편하고 있다. 4개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더이상 「수동적인 안정」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안보질서 변화에 주역이 되겠다는 마음가짐, 즉 안보의 기본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도 국방력 증강 노력을 거듭했지만 어디까지나 휴전선방위에 주목적이 있었다. 동북아의 안보라는 것도 미국과의 유대라는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국익보호와 이러한 안보질서 변화에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양해군 양성 등 국방력의 세계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것은 일본의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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