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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엔 “위기이자 호기”/이라크사태 미 대선 영향

입력
199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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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 조치로 우유부단 면모 탈피·군사 개입땐 위험 부담이라크군의 쿠르드족 거주지역 침공은 두달후 대선을 앞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클린턴의 위기는 물론 미국이 이번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보스니아에 이어 2개의 전장에서 작전을 펴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클린턴이 이번 사태 발생 직후 취한 일련의 조치는 그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져들지 않기 위한 것이다. 테네시주에서 버스유세를 벌이던 클린턴은 31일 국내외의 해공군에 경계령을 내리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작전태세의 완비를 지시했으나 일단 사태를 관망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처럼 주권국에 대한 명백한 침략행위가 아닌데다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91년 걸프전 직후 유엔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위반도 아니기 때문에 군사개입의 명분도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 클린턴이 이번 사태에 단호한 태도를 과시하는 것은 1차적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선거운동에 이용하려는 공화당 진영의 공세를 조기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이 우유부단하다고 공격해온 밥 돌 공화당 대통령후보는 31일 『이라크에 대한 최근의 석유판매 허가조치가 성급했다』며 클린턴쪽으로 화살을 겨냥했다. 유엔은 이라크의 인도적 물품 구입을 허용하기 위해 이라크의 제한적인 석유수출을 허용한 바 있다.

이라크가 스스로 밝힌대로 조만간 36도 이북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나면 클린턴이 취한 신속하고도 단호한 조치는 국내외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되고 공화당은 또다시 대안없는 공세를 펼쳤다는 비난을 받게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이미 클린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었다.

선거참모장 딕 모리스의 섹스 스캔들에 관한 뉴스로 채워지던 신문 지면과 TV화면이 일순간 이라크의 「위기같지 않은 위기」소식으로 대치됐기 때문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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