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일 문예회관 공연여성과 신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극작가 조광화의 근작 「여자의 적들」이 3∼12일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공연된다. 그의 앞선 작품들 「오필리어」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처럼 신화적 구조를 차용, 본격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여자의 적은 누구인가. 남자? 아니면 여자? 대답은 남자와 여자를 모두 구속하는 뿌리깊은 가부장제다. 시대적 배경은 불명확하다. 조선시대의 의상과 미군 복장이 함께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 전근대적 의식과 현대적 의식이 혼재함을 상징하는 장치이다. 극에는 작품이해의 핵심어와 같은 3개의 가마가 등장한다. 달래의 아버지인 병든 이씨의 가마는 쇠락했으면서도 꼬장꼬장하게 권위만 내세우는 가장을, 달래를 강간한 장군의 가마는 남성적 권력을, 달래를 거두어 사는 상인의 가마는 부를 대표한다. 이 삼각구도 안에서 달래는 아들 장정에게 의존해 복수를 꿈꾸고 이는 다시 비극을 낳는다.
연출을 맡은 김창화(상명대 교수)는 『여성, 특히 구세대의 의식전환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작품은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오히려 권위주의 폭력 권력지향등의 무의식적 욕망이 동시대적인 삶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연극평론가로 활동중인 그는 귀국 직후인 92년 「트로이의 여인들」(극단 가교), 「법에는 법으로」(국립극단)를 연출했었다. 김서라 정진 이인철등 출연. 하오 4시30분 7시30분 문예회관 대극장(첫 날 낮공연 없음). 745―5127<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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