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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사건과 안기부법(남북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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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사건과 안기부법(남북회랑)

입력
199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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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를 불태운 한총련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일관성있고 강하게 한국정부를 비난해왔다. 거의 8월 한달내내 한총련사건과 관련해 「무지막지한 파쇼정권」 「깡패무리」 「반민족적 정권」 「살인자」와 같은 막가는 욕설로 한국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했다. 한총련의 연세대점거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남한의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한총련학생들편에 서서 용감하게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매우 공공연한 공개선전으로 과격데모 지지행태를 보였던 것이다.29일에는 최고인민회의의장(국회의장격) 양형섭이 공식담화문을 발표하고 한국정부가 한총련학생들을 체포한 것은 반민족적 행위이며 북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경고발언을 했다.

내외통신이 전하는 북한의 이런 대남 비난발언 내용들은 북한이 한국을 이웃나라나 대화상대국으로 인정한다면 도무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쟁중의 상대국을 대상으로 마구 해대는 공공연한 침투행태이기 때문이다.

연세대에서 과격데모를 벌이다가 경찰에 체포된 5,300명의 대학생 및 이들과 연관을 맺고 있는 더 많은 숫자의 젊은이들은 북한의 이런 대남비난행태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인가. 한총련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주한미군철수, 고려연방제, 평화협정체결등은 북한의 학원침투공작에 의한 결과인가 아니면 자생적 사상체계인가.

정부는 북한과의 연계여부를 명확히 캐내야 한다. 과격데모에 가담한 학생들도 그들의 주장과 행동이 스스로의 발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공작에 말려든 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원천을 밝히지 못하면 아무리 사건을 법에 의해 강경조처한다고 해도 과격데모는 또 다른 쟁점과 함께 쉽게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데모학생들이 대거 구속돼 있는 가운데 대학캠퍼스에는 정부와 대통령을 무작하게 욕하는 새 플래카드들이 걸렸다. 대학에는 아직 어떤 조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23일 국회안보통일정책연구회(회장 조웅규 의원)가 가진 안보토론회에서 안보전문가인 정형근(50) 의원은 이 문제는 법을 고치지 않고는 근원을 캐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안기부가 과격데모를 주동하는 친북조직의 핵심인물중 7할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94년 안기법이 약화해 간첩행위의 근원수사를 사실상 못하게 되면서 뒤죽박죽이 됐다는 것이다. 경찰도 장기 간첩대응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국가보안법개정으로 편의제공, 불고지죄부문이 약화해 배후수사력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안보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제기를 하면 「냉전시대 사고방식」 「체제경쟁은 끝났는데 뭘」「북한은 곧 무너질 것인데 뭘」이라는 등의 냉소분위기에 깔려 가슴만 태우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주의는 아무리 큰 사건이라해도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여론의 쟁점에서 멀어지면 뒤가 흐지부지해지기 쉬운 약점이 있다. 미국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큰 사건이 나면 대통령특별위원회나 특별검사제같은 것을 구성해 끝까지 그 사건이 어떻게 결말나는 지를 챙기도록 한다. 한총련사건은 법에 문제가 있으면 법을 고치고 제도가 잘못됐으면 이를 고쳐 북한의 침투공작에 대응케 하는 결단이 있어야 같은 사건으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정일화 편집위원 겸 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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