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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중남미/김 대통령 순방 계기로 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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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중남미/김 대통령 순방 계기로 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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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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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까지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중남미국가들이 민간정부 출범 10여년이 흐른 현재, 달라진 모습으로 지구촌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남미는 아시아권을 제외하곤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할만큼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멀게는 금세기초 멕시코 유카탄 반도 선인장농장에 일꾼으로, 가깝게는 60년대 농업이민으로 각각 건너간 약 10만명의 한인 1세대 및 후손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와 인연이 깊은 땅이라 할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 국가원수로는 첫 중남미 순방에 나서는 것을 계기로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역내 거인국가 브라질, 한국 기업 및 아시아 국가들의 진출상황등을 점검한다.<편집자 주> ◎「남미 공동시장」이 뛰고 있다/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5년전 결성/블록내 교역량 3∼4배나 급증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우루과이강의 다리들은 최근 양국을 오가는 트럭들로 초만원이다. 브라질의 최대 상업도시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행 트럭에는 자동차와 각종 유제품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에이레스와 코르도바행 수송차량에는 커피와 플라스틱제품들이 꽉 차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이 5년전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맺고 남미공동시장(MERCOSUR·Mercado Comun Del Sur)을 결성한 이후 이 지역의 교역량은 연간 40억달러에서 144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경제블록은 소비자 인구 2억명과 국내총생산(GDP) 4,000억달러 및 총수출액 630억달러의 거대 시장으로 확대됐다.

이 블록의 교역품중 95%는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으며 99년말까지 완전히 관세를 폐지키 위해 회원국의 통상관리들은 각종 관세·비관세장벽의 철폐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다. 또 이 지역 각국들간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브라질 기업 400개가 모두 10억달러를, 브라질에는 80개의 아르헨티나 기업이 2억5,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10여개 자동차회사들도 2000년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124억달러를 투자, 승용차와 트럭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블록이 처음 결성될 당시에는 거친 자연조건과 회원국가들간의 상호불신, 미국 및 유럽에 집중됐던 통상관행 등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비회원 남미각국들은 이 블록에 이제 앞다투어 윙크를 보내고 있다. 이미 칠레는 6월 MERCOSUR의 옵서버로 들어갔으며 볼리비아는 올 연말께 가입할 예정이고 베네수엘라도 가입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회원국가의 전체 수입액중 28%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올해초 MERCOSUR를 교역파트너로 인정하고 시장접근 우선권을 얻기 위한 협정에 가서명까지 했다.

이처럼 경제가 활성화하자 회원국의 정치도 안정을 찾고 있다. 4월 파라과이에서 군사령관 리노 오비에도 장군이 환 카를로스 와스모시 대통령에 불복, 반란을 일으켰으나 블록내 국가들이 압력을 행사해 결국 오비에도 장군이 사임하게 만들었다. 이후 블록내 국가들은 6월 정상회담을 갖고 MERCOSUR협정에 「민주주의가 회원국이 되는데 필수조건」이라는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이장훈 기자>

◎한국,작년 대중남미무역 34억불 흑자/현지투자도 자동차 등 자본집약형으로

한국과 중남미와의 교역은 90년 38억달러에서 지난해 113억달러로 5년사이에 3배 늘었다. 대중남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34억달러 흑자로 아세안지역 다음으로 우리에게 많은 흑자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들어 상반기에만 42억달러 수출에 22억달러 수입으로 벌써 20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아직 낮은 편이지만 중남미의 경제부흥에 따라 자동차 가전 타이어 철강등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중남미는 제3의 안정적인 수출시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대미국 수출전진기지로 삼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중남미투자는 지난해말 현재 264건에 4억9,300만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의 3.4% 수준에 불과한 상태지만 미국의 보호조치 강화로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의 봉제업 등 저임금 활용형 소액투자에서 점차 전자 자동차등 자본집약형투자로 확대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첫번째 순방국 과테말라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곳이다. 대륙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 착안해 180여 국내기업이 진출, 2만명의 현지고용과 연간 6,000만달러의 현지수출을 창출하고 있다. 1억6,000만명의 인구에 세계 5위의 영토를 바탕으로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브라질은 중남미 가운데 우리와 교역이 가장 활발하게 늘고있다. 대브라질 수출은 최근 3년간 무려 9.2배나 증가해 지난해 15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수입은 지난해 13억달러로 주로 금광석 보크사이트 망간 석탄 등 에너지 관련 상품으로 브라질은 우리의 주요한 자원공급처가 되고 있다. 또 현대 포항제철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대규모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금세기초 세계 5대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경제부흥과정에서 한국기업의 협력을 원하고 있으며 칠레에게는 우리나라가 5대 수출시장이 됐다.<이백규 기자>

◎브라질 「인플레 왕국」 옛말/94년 전격대책 이래 한자리 물가 실현

브라질 주부들은 94년 7월부터 집안살림을 꾸려가면서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상품 하나에 가격이 하나뿐이고 하루가 지나도 물건값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브라질 주부들은 94년 6월까지 20년 이상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돈을 얼마나 가지고 가야 할지 몰랐다. 연간 4,000% 정도 인플레가 횡행하다보니 하루가 지나면 물건값이 급등하고 같은 상품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른 탓이었다. 돈을 쓰지 않고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구매력 상실, 즉 금전적 손실을 뜻하기 때문에 브라질 국민들은 소액 화폐는 화장실의 휴지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겼다.

브라질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는 수단으로 통화를 남발하고 이같은 통화팽창은 곧 임금 인상과 물가상승을 불러 일으키는 인플레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총인구 1억6,000만명중 80%를 차지하는 월 500달러미만의 빈곤층들은 이같은 초인플레속에서 하루하루를 입에 풀칠하는 외에는 어떤 여유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들 계층의 소득중 상당부분은 인플레로 인해 국가에 강제로 저축을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70년 이후에만도 4번이나 화폐를 바꾸는 등 하이퍼인플레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브라질정부는 94년 7월 근본적인 인플레대책 「카르도소 계획」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인플레 대책이 카르도소 계획이라고 불리는 것은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현대통령이 이타마르 프랑코 대통령 정부하에서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입안, 실행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달러와 거의 대등한 가치를 가진 헤알을 새로운 화폐로 도입하고 반인플레정책을 실시한 이후 브라질에서는 거짓말처럼 인플레문제가 해결됐다. 월 50% 정도의 물가상승률은 한자리수로 떨어졌으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플레는 재연되지 않고 있다.<조희제 기자>

◎특별기고/대중남미 문화 외교 적극 나서자

1959년 10월 브라질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우리의 중남미 외교는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 출현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서의 일시적 좌경정권 지배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한국에 호의적인 환경 속에서 전개되어왔다. 그동안 수차에 걸친 총리급 혹은 외무부장관급의 중남미 방문과 중남미 국가원수들의 한국방문은 있었지만, 우리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중남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다소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으나 진정 환영할만한 일이다.

전세계 면적의 6분의 1, 전세계 인구의 12분의 1을 차지하는 중남미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정치·경제적 혼란을 극복하고 발전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 자원보고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남미 시장에 대한 선진 각국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중남미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의 국가원수들이 기업인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중남미시장개척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 본격적인 경쟁그룹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과 중남미관계는 주로 정치·경제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유엔 등의 국제무대에서 남북한 대결시 우리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되어 왔으며, 지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정에서는 중남미 33개국 가운데 쿠바를 제외한 32개국이 우리를 지지해주기도 했다.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지난해 한국의 대중남미 교역이 전체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34억달러의 흑자를 남겼다. 이번 우리 대통령의 중남미 방문은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교역규모와 시장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를 바탕으로 이뤄진 우호관계는 진정한 이해의 바탕위에 구축된 문화관계가 없으면 주변여건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국가간 관계가 보다 굳건해지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문화장벽을 제거, 상대방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멕시코 대학을 비롯, 몇개 대학들에 한국어 강사채용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국연구 펠로십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자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미국과 일본 등이 중남미에 들이고 있는 노력에 비교한다면 그 규모는 너무나 미약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문화외교에 대한 투자는 좀 더 적극화하여야 한다. 일례로 국제교류재단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일본의 재팬 파운데이션(Japan Foundation)의 경우 재원규모는 우리의 20배, 예산규모는 15배에 달하며, 일찍부터 세계각지에 자국문화를 선전해온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British Council)의 경우는 그 예산규모가 무려 우리의 44배에 이른다. 선진 각국이 적극적인 문화교류사업을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것은 우리 문화외교의 방향선정에 좋은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는 우리의 좋은 정치적 경제적 교역대상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토착인디오 문화와 유럽 문화가 함께 살아 숨쉬는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남미국가들과의 정치적 경제적 협력은 물론 문화협력에도 똑같은 비중의 중요성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을 비롯한 양측의 연구진들이 상호왕래하는 인적차원의 교류, 한국에서의 중남미연구와 중남미에서의 한국연구를 지원하는 학술차원의 교류, 전시회와 공연 매체분야의 교류 등을 통한 대중문화와 전통문화의 교류 등을 폭넓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교류사업은 비단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1일 창립총회를 가진 한·중남미협회와 같은 기구의 출범은 진정 환영할만한 일이다.

현재 우리의 중남미 진출은 타국과 비교할 때 약간 늦은듯한 혹은 미약한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으며, 기회는 포착함으로써 가치를 빛내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중남미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적극적 문화교류를 통한 우리 외교의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길 기대한다.<김정원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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