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4톤트럭 5,000대분 2만여톤 버려져/자연보호 실종 여름철 투기량 절반넘어/미화원 8만명도 역부족 “계곡마다 악취”우리의 소중한 자연자원 국립공원이 쓰레기 공해로 중병을 앓고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권장, 지정구역외 취사금지 등 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량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선호하는 휴가지가 해수욕장에서 산간계곡으로 바뀌면서 여름휴가철이 끝나면 국립공원마다 한바탕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법석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한해 국립공원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2만여톤. 4톤트럭 5,000여대분이다. 공단측은 미화원을 8만여명까지 늘렸지만 허덕이는 실정이다. 설악산 지리산등 이름난 계곡은 더욱 심해 곳곳에서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거울같이 맑았던 계곡물도 대부분 2급수로 전락했다.
전국에 산재한 국립공원은 20곳, 경주와 제주도등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2곳을 제외한 18곳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87년부터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8개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2,834만7,000명. 이들이 먹고 마시고 버리고 간 쓰레기는 1만8,194톤이다. 7, 8월 휴가철에 탐방객의 40%가량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이 기간에 전체 쓰레기의 절반이 버려진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 여름휴가기간 중에도 1,100여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아 9,000여톤의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것으로 추산된다. 취사와 야영이 허용된 17개공원 121개소외에 일부 얌체족이 바위틈에 숨겼거나 계곡에 묻어버린 쓰레기를 합치면 실제 쓰레기량은 30%가량 늘어난다는 것이 공단관계자들의 말이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행위가 여전하다는 사실은 환경부와 지자체가 7월5일부터 45일간 전국 900여곳의 계곡과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무단투기를 단속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환경부등은 이 기간중 4,245건을 적발, 3억3,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적발건수 985건보다 4배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립공원 쓰레기발생량은 88년 1만7,133톤에서 매년 20%이상씩 증가, 90년에는 2만3,130만톤에 달했다. 지정구역외 취사금지가 실시된 91년에는 1만8,916톤으로 감소했으나 94년 다시 2만여톤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쓰레기종량제후 국립공원내 상가 등 집단시설이나 취락지구의 쓰레기는 지자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쓰레기부담이 줄어들긴 했지만 쓰레기처리가 공단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청소인원도 매년 늘어 93년 7만427명, 95년 7만2,691명에서 올해는 8만5,0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어 공단의 재정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수거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골칫거리가 됐다. 지금까지 공단측은 지자체의 매립장을 이용해 왔으나 지자체가 매립장 포화상태를 이유로 국립공원쓰레기 받기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리산 동부 산청구역에서는 산청군의 반대로 쓰레기가 몇달동안 방치됐었다.
쓰레기발생량이 좀체로 줄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환경보호의식 부족탓이다.
공단관계자는 『여름휴가때 일시에 몰려드는 행락객들을 단속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더구나 공단직원들이 위법행위를 적발해도 사법권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계곡물 절반이 2급수/식수사용 못하며 수영후엔 샤워해야
맑고 깨끗하던 국립공원내 계곡물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최근 17개 국립공원내 계곡 45곳에 대한 수질조사결과, 20곳이 2급수로 밝혀졌다. 특히 내장산 계룡산 오대산 주왕산 치악산 소백산남부 등의 주요측정 지점이 모두 2급수로 조사됐다.
2급수는 마실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영을 한 뒤 수돗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 정도의 수질이다.
내장산은 북부 집단시설지 하단과 남부 가인교 수련교 제2연못등이 각각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모두 2PPM이상의 2급수로 조사됐고 오대산도 신선계곡 등피골 을수계곡이 모두 1급수기준(1PPM)을 넘어섰다.
설악산에서도 소공원케이블카앞, 지리산의 달궁계곡 새재계곡이 2급수였고 덕유산국립공원은 상극교 배방교부근이, 소백산 남부는 비로사입구 희방상가앞 등이 모두 2급수로 전락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원내 각종 편의시설과 매점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문제지만 아무렇게나 음식찌꺼기를 버리고 목욕을 하는등 탐방객들의 반환경적 행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전문가 진단/“외국 국립공원은 생태학습장/먹고 마시고 노는 곳 아니다”/공원경찰에 사법권 쓰레기투기 엄격 단속
국립공원을 먹고 마시고 노는 장소가 아닌 자연학습과 휴식공간으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생태학습관 조성 등 친환경적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국립공원을 자연탐방과 학습공간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정책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쓰레기줄이기 캠페인보다 국립공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실증됐다.
미국은 1872년 옐로스톤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 모든 국립공원을 거대한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해 왔다. 공원 입구에 설치된 탐방객안내소는 공원내 동식물과 광물의 표본을 전시하고 관련 슬라이드를 상영하는 등 주변 생태계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공원내에 설치된 탐방코스는 이용자가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소요시간별로 다양하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국립공원청에 소속된 공원경찰에 사법경찰권을 부여, 쓰레기 투기등의 위법행위를 엄중하게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국립공원 관리는 71년 후생성에서 환경청으로 이관됐지만 실질적인 행정업무는 국립공원미화재단이란 민·관 합동기관에서 전담하고 있다. 61∼63년 국립공원 쓰레기전쟁을 겪으면서 쓰레기 되가져오기운동이 생활화했고 국립공원내에 쓰레기를 버릴때 부과되는 5만∼10만엔의 과중한 벌금도 쓰레기 감소에 큰 몫을 했다. 일본정부는 쓰레기 감소정책과 함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립공원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했다. 하코네(상근)국립공원내 후지(부사)산 기슭의 자연학습관에 20억엔을 투입, 후지산 정상의 기상상태를 직접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탐방객안내소를 활성화, 환경학습 및 보호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생태관광코스가 특히 발달된 영국의 국립공원은 주변에 호텔 건축이 금지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대형건축물 신축에 따른 자연파괴를 막고 민박의 수용능력에 따라 국립공원의 입장객 수를 자연스럽게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국립공원내의 쓰레기 투기에 대해 400파운드(약 5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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