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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중·노년층 뜨거운 재취업 열기/“인생도 이모작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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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중·노년층 뜨거운 재취업 열기/“인생도 이모작 해야죠”

입력
1996.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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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적 재능·경험 살려 다시 일하고 싶어”/「고급인력센터」 한달만에 1,000여명 몰려『일생을 금주 금연했더니 남들은 저보고 40∼50대 같다고 합니다. 영어 불어 일어 등 외국어를 남달리 잘하고, 유선기술정비기사 자격증도 갖고 있습니다. 30여년간 갈고 닦은 경험과 재능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열망합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실장, 동아엔지니어링 전무와 고문등을 지낸 A씨(67)는 최근 재취업을 위해 「고급인력정보센터」에 이력서를 낸뒤 「합격소식」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천부적 건강체」라고 소개한 A씨는 『오랜 노하우를 썩히기 아까워서』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7월29일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5층에 문을 연 「고급인력정보센터」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정년을 맞은 고급 인력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찾아오고 있다. 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아! 일하고 싶다』-.

이 센터의 역할은 최근 3년이내에 퇴직한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의 임원, 행정부 3급, 각군 준장 이상의 고급 인력과 40∼50대 초반의 중견경력인력(조기퇴직)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일. 개설 1개월만인 지난달 29일까지 총 366명의 고급인력과 758명의 중견인력이 이력서를 냈다.

퇴직고급인력을 중소기업 경영자문에 활용하기위해 구성된 중소기업원로봉사단에도 기업체 부장 이상, 대학교수, 금융기관 차장 이상으로 근무하다 퇴직했거나 공인회계사 노무사 경영·기술지도사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50세 이상 각계 전문가 590명이 참여,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처럼 퇴직자들의 재취업열기는 상상외로 뜨겁다. 노년인구가 급증하고 조기퇴직이 확산되면서 퇴직이후 적극적으로 새일을 찾는 「이모작 인생」이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정년까지가 인생의 전반전이었다면 정년이후는 후반전인 셈이다. 전반전의 경험을 살려 비슷한 직종에서 후반전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다른 토양, 전혀 새로운 직업의 세계에서 후반전을 치르는 사람도 많다.

83년 육군 부사단장으로 전역한 이모씨(64)는 93년 유치원 영어교사로 취직, 제2의 인생을 출발했다. 퇴역후 교육대학원에 입학, 「유치원 교사의 자질에 관한 연구」로 석사논문을 쓰는등 치밀한 준비를 통해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시작한 셈이다. 전파기기품질규격인 IEC심의위원장을 지낸 우린현씨(70)는 지난 6월 삼성전기 소재응용실 기술자문역으로 위촉돼 이동통신용 부품개발을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경총 고급인력센터에 취업알선을 신청한 정년퇴직자도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해온 베테랑들. 한국전력 한국중공업 등에서 이사까지 지낸 M씨(50)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 1, 2호기 건설때 계약에서 준공까지 내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지금도 내 경험과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을까해서 이력서를 냈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정치학 석사 출신으로 주예멘대사 고베 총영사 등을 지낸 J씨(62)는 한국근대정치사, 동남아및 중동정세 등에 대한 강연과 자문직을 원하고 있다. 『월급은 필요없고 사무실만 제공되면 좋겠다』는게 유일한 희망사항.<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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