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풍기문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신체 과다노출행위에 대해 단속키로 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2년전 한 일간지에 산부인과 여의사가 쓴 기고문이 생각난다. 산부인과 진료대에 올라가려면 누구나 속옷을 벗어야 하는데 젊은 여자들은 수줍음을 타는 반면 나이든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리라 대부분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 정반대라 한다. 진료실 안에서 할머니들이 속옷 때문에 벌이는 촌극에 비하면 젊은 여성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산부인과의 「속옷해프닝」을 소개하면서 여의사는 근년들어 증가한 미혼여성들의 임신중절과 관계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지적하였다. 여성의 신체 과다노출이 늘어나는 성범죄의 직접 또는 간접 원인제공이 된다면 여의사의 지적 또한 귀 기울일만 하다.올 뜨거운 여름, 도시의 카우보이를 연상케 하는 가죽부츠를 신고 약간 노출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을 보면 그 자신감에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신체노출 단속의 주대상은 남성이나 주부는 아닐 것이며 젊은 여성이 될 것이다. 진료실에서 거리낌없이 속옷을 벗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신체를 노출할 수 있는 젊은 여성의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예부터 성인식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이해돼왔다. 여자는 초경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남자에게는 뚜렷한 생리적 과정이 없기에 문화장치로서 성인식을 마련하였다고도 한다. 젊은 여성의 아이덴티티로서 신체적 성숙함을 어쩌면 노출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할머니들이 산부인과에서 속옷 벗기를 꺼리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상실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리라는 생각도 든다.
옛날 버스 안에서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모성애로서 성스럽게 느껴졌다. 비너스상은 모신적 여성상을 표현한 것으로 여성과 자연의 원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한다. 젊은 여성의 노출은 성인이 된 자신의 신체적 표현으로 이해함이 어떨까 한다. 그러나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의 개성미를 추구하고 가꾸는 것이 좋을 듯하다.<임장혁 문화재관리국 학예연구관>임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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