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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정치상황 불명” 작용한듯/전씨 항소결정­번복 배경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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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정치상황 불명” 작용한듯/전씨 항소결정­번복 배경 뭘까

입력
199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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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는 여론반전용” 시선 부담/변호인 “역사 낙인” 설득도 작용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12·12 및 5·18사건에 대해 항소키로 최종 결정, 당초의 항소포기 발언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양우 변호사는 30일 하오 안양교도소에서 전씨를 접견한 뒤 『변호인단의 의견에 따라 전 전대통령이 항소를 최종 결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씨가 1심 사형선고 후인 27일 『더 이상 재판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전격적으로 항소포기의사를 밝힌지 3일만에 발언을 번복한 것이다. 전씨는 29일만해도 이변호사 등에게 『모든 것은 나에게 맡겨 달라』며 항소포기의사를 굽히지 않아 변호인단을 곤혹스럽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그간 대외적으로 『항소여부는 미정』이라며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결국 전씨에 대한 설득에 성공했다.

완강했던 전씨가 한순간에 마음을 바꾼 배경은 여러가지로 관측된다. 우선 「항소포기」에 대한 정치권의 미묘한 반응이 큰 이유가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씨의 항소포기 발언이 나오자 정치권 등에서는 『사면 일정을 의식한 전략』 『항소포기로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왔고, 또 현정부하에서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사면가능성이 불투명해 「재판포기」라는 「마지막 항변」을 택한 것이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왔다. 결국 전씨의 항소포기 발언은 진의가 무엇이든 「정치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으며 실제 항소포기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변호인단은 전씨에게 『1심결과에 법률적으로 승복할 수 없고, 항소포기는 곧 「역사의 확정」으로 이어진다』며 전씨를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변호인단은 12·12와 5·17사건은 법률적으로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구할 수 있지만 5·18사건의 유죄확정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 책임자로 역사적 낙인이 찍힌다는 점을 들어 전씨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호사는 이날 항소결정을 밝히면서 『항소심에서는 광주민주화 운동 발포명령자를 가리는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변호인단은 1심재판 결과 전씨에게 내란목적 살인죄는 인정됐지만 전씨가 광주시위진압작전에 개입한 직접증거가 없고 법률구성면에서도 공소장내용중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한편 아무런 언질이나 대책없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불확실한 정치상황에 무방비로 내던져지는 것이라는 상황인식도 전씨와 변호인단의 발목을 붙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항소포기로 사형이 확정될 경우 집행여부는 전적으로 현정부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다.

또 변호인단을 비롯, 가족과 측근인사들까지 적극적으로 만류에 나서면서 전씨의 결심이 허물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여론의 부정적 반응, 변호인단과 가족들의 설득, 호전기미가 없는 정치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전씨는 발언을 번복, 항소심 법정에 서기로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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