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한푼이라도 더”/의원들 지역구 챙기기/재경원 요청 거절 진땀/선관위 요구 「위법단속비」 대폭 줄어 눈길요즘 여의도의 신한국당 당사 3층 회의실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내년 예산안의 부처별 심의를 하느라 당예결위원들과 정책담당 당료,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쉴새없이 당정회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결위원은 물론 일반의원들도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회의장을 기웃거리고 있고 각 부처는 자기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대로 재경원은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72조원 규모인 내년 예산을 1백조원으로 늘려야할 판』이라며 증액요청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늘리고 깎는 경합」은 26일 열렸던 예산안 설명회에서부터 시작됐다. 한승수 경제부총리가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 내년 세수차질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경식 의원이 『물가는 오르는데 농민의 쌀값은 그대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추곡가는 신경써 달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의원들도 『공약사업은 해줘야한다』 『대선을 고려하면 깎기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 통일외무 내무 국방분야의 1분과회의(27, 28일), 경제분야의 2분과회의(29일) 모두 증액과 삭감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부별 예산심의에서는 각 부처와 의원들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는게 전통이다. 각 부처는 재경원이 깎은 자기 부처의 요구액을 의원들을 통해 되살리려는 작전을 쓰는 것이다. 때문에 예결위의 심정구 위원장을 비롯한 예결위원들, 이상득 정책위의장과 손학규 이강두 정영훈 정조위원장 등은 각 부처 간부들의 집요한 설득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일부 부처는 동시에 여러 의원에게 민원을 해 회의석상에서 여러 의원이 똑같은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부처의 요구를 대변해 주면서 자기 지역구의 사업이나 민원을 부탁하는게 상례다. 그렇다고 의원들이 무조건 부처 편만을 드는 것은 아니다.
재경원의 삭감예산중 내무부가 되살리려고 애쓴 대목은 관변단체 지원(1백34억원)이고 경찰청은 특별방범수당(3백50억원) 통신장비(2백25억원) 사건수사비(99억원)등에 힘을 기울였다. 통일원은 북한탈출주민관리(46억원), 정무제1장관실은 특수활동비(4억원)등을 예산안에 다시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
○…예산심의도 시류를 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총련 사태때문에 경찰의 장비도입 요구에 반대가 별로 없었다. 또한 선관위가 요구한 「위법선거운동단속비」 1백8억여원은 38억원 정도로 대폭 줄었으나 내무부의 공직선거실시비는 98억여원으로 68.6%나 늘어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엄격한 선거실사 등에 대한 견제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선관위 예산심의에는 이번에 고발·수사의뢰 대상자인 송훈석 의원이 참석,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29일의 건교부 예산심의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예결위원이 아닌 정영훈 제3정조위원장이 참석, 지역구인 하남의 경전철 도입예산을 요구했고 나오연 의원은 부산―양산―언양 도로의 확장에 전력을 다했다.
이세기 김학원 의원은 분당―성동 전철(3차)의 예산확보를 예결위원들에 부탁했고 김종호 의원은 『충주―상주 고속도로를 빼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28일 국방부 예산심의에서는 해군출신인 허대범 의원이 해군예산의 증액을 요구했고 철도청심의에서는 전석홍 의원이 광주지역 철도이전예산의 포함에 주력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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