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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 대폭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안/타당한가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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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 대폭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안/타당한가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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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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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보증 단계 폐지 등 초강경 내용/재계서 강력 반발 정부와 첨예 논쟁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간 논쟁이 뜨겁다. 「재벌규제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대는 예상된 것이었지만 실제 반발강도는 한층 거세다. 전경련은 이달 중순 법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한 건의서를 이례적으로 발표한데 이어 최근 신임 한승수 경제부총리와의 상견례에서도 법안조정을 강력 요청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은 올 정기국회통과를 앞두고 뜨거운 논란을 겪을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재벌에 유례없는 「메가톤급」규제다. 개정안에 담긴 ▲채무보증완전해소 ▲친족독립경영회사제 도입 ▲자산·자금거래규제 ▲기업인수합병(M&A)규제 ▲중소기업시장 진출금지등 주요 조항들은 한결같이 재벌의 기존관행에 치명적 타격을 줄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30대 재벌계열사에 부과된 규제는 출자총액제한(순자산 25%이내)과 채무보증제한(자기자본 2백%이내)등 크게 두가지 뿐이다. 그러나 개정법안은 이같은 재벌규제의 종류와 강도를 대폭 확대했다.

우선 채무보증한도를 2001년까지 0%로 낮추도록 해 재벌의 계열사지탱 및 사업확장수단인 「지급보증」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기로 했다. 또 내부거래대상에 상품·용역외에 자금·자산을 포함시킴으로써 주식·부동산 매매가격조작을 통한 계열사간 변칙자금이동을 금지시켰다. 무제한 허용되던 계열금융기관을 통한 M&A도 규제, 금융기관보유에 대한 재벌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고 중소기업 지배시장엔 재벌의 진출을 아예 봉쇄했다.

「친족독립경영회사」 개념을 도입, 재벌오너의 친족이 운영하는 「분가재벌」 「위성그룹」 등도 준계열사로 간주해 모재벌과의 내부거래를 상시감시키로 한 것도 재계로선 치명적 대목이다.

전례없는 고단위 규제에 대해 재계는 『규제완화에 역행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발목을 잡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개별산업·개별법령에 의한 규제는 풀되 공정거래법을 통한 최종규제, 즉 경제력집중억제 시책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로선 평행선을 달리는 재계와 정부의 시각엔 접점이 없어 보인다.

주목할 사실은 공정거래법의 신재벌정책적 측면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영투명성 제고 및 부의 세습방지 방안등과 함께 현재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신재벌정책의 핵심축이다.

정부―재계간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결국 신재벌정책의 미래를 가늠케하는 중요한 시험대인 셈이다. 이 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논쟁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이성철 기자>

◎찬성 입장/김병일 공정거래위 정책국장/“기업 경쟁력 위해 꼭 필요”/선진국도 시행 자율·효율성 확대조치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계와 학계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법 개정작업의 실무자로서 몇가지 중요한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재벌의 계열기업간 상호채무보증과 부당내부거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의 비효율적 행태로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므로 이를 보다 엄격히 규제하려고 했다. 재벌기업이 자기의 신용이나 담보 아닌 계열사 포괄보증으로 금융자금을 차입하는 상호채무보증은 경쟁력없는 기업을 재벌회사란 이유로 계속 살아남게 하고 어느 한 기업이 쓰러지면 계열기업 전체의 연쇄도산을 초래하는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의 2백%까지 허용하고 있는 보증한도를 2001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그동안 보증한도 축소실적과 금융관행변화등을 감안할 때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재벌 계열기업간에 상품·서비스는 물론 자산·자금을 무상제공하거나 비정상적 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계열기업을 지원하는 부당내부거래도 경쟁력없는 기업을 살아남게 한다. 이러한 행위를 세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세법에 의한 규제는 탈루세금징수에 목적이 있는 것이고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는 이러한 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이다.

민간경제단체는 상호채무보증과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시대착오적 규제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계열기업간 상호보조가 이루어지면 궁극적으로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법개정안의 상호채무보증과 부당내부거래 규제는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진정한 경쟁력제고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친족독립경영회사」개념을 도입한 것은 재벌의 경영권이 2∼3세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촉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즉 재벌총수의 친인척이 사실상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들을 일정요건이 충족되면 모계열에서 분리시켜 30대 재벌에 적용하는 출자총액제한 및 상호채무보증규제를 면제함으로써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계열분리된 회사와 모재벌간 부당내부거래행위는 엄격히 감시·규제될 것이다.

이미 분리독립된 친족회사를 새로 규제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있으나 친족회사와 모재벌간 부당내부거래가 없어야 진정한 계열분리인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내부거래규제를 이미 분리독립된 회사에 대한 새로운 규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들이 3분의 2이상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대기업이 기업결합이나 회사신설을 통해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자유로운 신규진입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정책규제란 비판이 있으나 이는 독일 유럽연합(EU) 등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로서 대기업이 중소기업분야에 진출하여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을 몰아내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개별산업분야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점에 다수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라 할 수 있는 엄격한 공정거래제도의 확립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반대 입장/공병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실장/“규제완화시대 역행 발상”/중복·포괄적 입법 많아 도입 신중해야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다음 일곱가지 문제점을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채무보증한도제한을 대폭 강화하려는 안은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돼야 한다. 경제력집중방지나 금융자금독식은 채무보증과는 별 관련이 없는 문제이며 이같은 입법의 강행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집단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범위를 자금 및 용역거래까지 확대하려는 입법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자산 및 자금거래에 대해선 법인세법상 일정한 규제조항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의 신설규제는 중복규제의 우려가 있다. 그리고 입법권자의 월권방지를 위해 자산 및 용역거래중 부당내부거래행위에 대한 유형화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독과점시장개선을 위해 적절한 시책을 추진하기 위한 근거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자의적 입법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상품·용역 수급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형성·강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 추진하여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을 신설했다. 이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판단근거와 벌칙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모호한 입법조항의 신설은 필요치 않다. 현존입법의 엄격한 적용만으로 충분하다.

넷째, 경쟁제한적 혼합결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조항 신설은 문제가 있다. 경쟁촉진을 위한 공정거래법이 이미 정부가 계획에 따라 축소해가고 있는 중소기업고유업종과 엇비슷한 정책의 추진에 앞장서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개방하에서 외국 대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차별하는 입법은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은 경쟁으로부터의 보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섯째, 「친족독립경영회사」란 새로운 개념의 도입은 공정위의 선의에도 불구, 새로운 규제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의 형평성이란 차원에서도 재고돼야 한다. 공정위가 내세우는 대로 모그룹과 위성그룹의 분리기준 때문에 이 개념이 필요하다면 내부규정이 현실을 반영하도록 개정하면 된다. 8촌까지 범위를 확대해 오랫동안 독립경영을 해온 그룹들까지 일정한 제한을 가하겠다는 발상엔 문제가 있다. 특히 이 조항의 신설만으로 득을 보는 그룹들과 그렇지 못한 그룹들이 확연히 드러나 마치 특정그룹에 득을 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섯째, 일반 불공정거래행위 및 절차규정위반 행위들에 대한 과징금의 대폭적 상향조정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과징금을 현재 매출액의 2%에서 3%까지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시된다. 이익 아닌 매출액의 2%는 이미 벌금으로서 그 규모가 아주 큰 편에 속한다. 명백한 이유없이 과징금을 올리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일곱째,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포괄적 금지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시장환경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공동행위가 출현하고 이들이 경쟁제한적인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괄적 금지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충분한 검토없이 경쟁제한적 공동행위를 넓게 해석할 소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규제의 핵심내용을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위임하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계속해서는 안된다.

◎친족독립경영회사란/재벌 오너 친족운영 「분가 재벌」… 개정안서 준계열사 규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친족독립경영회사」개념. 재벌오너 친족(8촌이내)소유로 사실상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통상 「분가재벌」 「위성그룹」으로 불리는 회사들을 말한다.

친족독립경영회사는 계열사가 아니므로 출자총액·채무보증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신 비계열사엔 적용되지 않던 모태기업과의 내부거래조사를 새로 받게 된다. 「준계열사」의 지위인 셈이다.

현행 공정위 계열분리기준은 지나치게 까다로워 삼성그룹내 제일제당처럼 실질적으론 독립된 회사도 법적으론 계열사로 남는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는 사실상 독립된 회사는 법적으로도 독립성을 인정함으로써 재벌분할을 촉진키 위해 친족독립경영회사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친족독립경영회사는 이미 떨어져나간 기업에도 적용된다. 현대그룹의 한라·금강·성우그룹, LG그룹의 희성그룹, 삼성그룹의 한솔그룹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에겐 지금까지 없었던 모태기업과의 내부거래조사를 새로 받게 된다.

친족독립경영회사 개념도입으로 재벌분할은 촉진되겠지만 위성재벌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것이다.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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